성과급 파티서 소외된 ‘반도체 두뇌’
김윤수 산업부 기자
입력2026-04-07 16:25
수정2026-04-07 18:31
지면 30면
반도체 분야 국가 연구개발(R&D)을 이끄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성과 보상 1억 원을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한다. 주 보상원인 기술료 수입은 한 해 총 600억 원, 이 중 기관 몫을 뺀 절반을 성과자들이 나눠 갖는다. 단순 계산으로 상위 10%의 고성과자 200~300명이 인당 평균 1억 원 남짓을 받는다. 석박사급 두뇌들 중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거쳐 소수만 억대 성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미국 상위권 대학 박사 출신의 엘리트일수록 경쟁에서 오히려 불리하다는 ‘역설’도 불만으로 나온다. 이들은 주로 상용화하지 않은 미래 원천 기술을 ‘한 우물 파기’식으로 연구하는 경향이 있어 비교적 응용이 쉬운 산업 기술보다 기술료를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의 억대 성과급 파티는 딴 세상 얘기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임직원 성과급으로 지난해 연봉의 1.5배 수준을 지급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직원 이탈을 막기 위해 그 이상의 보상을 약속했다. 그마저도 노동조합이 만족하지 못해 총파업까지 경고하며 추가 요구를 하고 있다. 초임 연봉도 ETRI의 박사급 연구원이 대기업의 60~70% 수준이다.
상반된 두 사례는 반도체 인재들의 처우가 양극화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물론 모두가 글로벌 빅테크 반열에 오른 삼성전자·SK하이닉스급 처우를 바랄 수는 없다. 다만 처우 개선 없이는 산학연 곳곳이 두뇌 유출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인재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태극기까지 내걸며 한국 인재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엔비디아와 메타 등 경쟁 빅테크들도 수억 원대 연봉의 파격적 조건으로 영입을 시도 중이다.
엔비디아 등의 본격 투자로 광 반도체와 스핀 반도체, 화합물 반도체 같은 미래 핵심 기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며 관련 R&D를 수행하는 출연연과 대학 등 산학연 연구자들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이들 없이는 미래 반도체 생태계를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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