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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끝나면 전기화 시대…에너지 패권경쟁 준비해야” [서경 에너지전략포럼]

■이호현 기후부 2차관 기조연설

“中, 핵심 광물 공급망 장악 바탕

ESS 등 보급…전기화 빠른 달성

韓, 전력 기자재 산업 집중 육성

녹색 제조업 3강 도약 서둘러야”

박종배 교수 ‘수요량 분산’ 강조

“전력소비량 막대한 데이터센터

先 지방 後 수도권 전략 고려를”

입력2026-04-07 18:02

수정2026-04-07 23:44

지면 6면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이 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3회 에너지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오승현 기자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이 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3회 에너지전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오승현 기자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이 “이번 중동 전쟁 이후 새로운 에너지 질서는 ‘전기화 시대’의 도래”라고 강조했다.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 당시에는 원자력 발전 붐이 일고 석유 비축 체계가 정비되는 혁신이 뒤따랐듯 이번 미국·이란 전쟁이 끝나면 전기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기화는 수송용 휘발유, 액화천연가스(LNG) 난방 등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던 분야를 전기로 대체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 같은 흐름에 선제 대응해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우위에 서야 한다는 것이 이 차관의 제언이다.

이 차관은 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6 에너지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장악한 뒤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재생에너지 보급을 통해 전기화를 빠르게 달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은 에너지 수요의 93%를 수입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배터리와 반도체 핵심 소재마저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등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이 차관은 설명했다.

그는 “이제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며 “국산 전기차·ESS·히트펌프·전력기자재 산업 경쟁력을 높여 전기화 시대에 대비해 녹색 제조업 글로벌 3강으로 도약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화와 관련된 제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해 미래 먹거리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실제 전 세계는 이미 인공지능(AI) 혁명과 함께 전기화까지 겹치며 전기 수요가 급증하는 현상을 겪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집중적으로 지어지고 있는 미국 버지니아주의 경우 전력 도매 가격이 전년 대비 8배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동 전쟁이 시작하기 전부터 미국은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전력 요금 상승률에 시달리고 있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2025년 2만 8200TWh(테라와트시)였던 세계 전력 수요가 2030년이면 3만 3600TWh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전력 수요가 정체하는 경향이 있는 선진국에서도 전기화의 영향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이 차관은 전력망 운용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활용하는 에너지믹스로 전력 수요 상당 부분을 충당하되 수요와 공급을 함께 관리하는 유연성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차관은 “그동안은 전력 공급만 관리했다면 이제 전력 수요도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시장 제도와 가격 체계를 혁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3회 에너지전략포럼’에서 지산지소 구현과 전력산업 발전 방향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3회 에너지전략포럼’에서 지산지소 구현과 전력산업 발전 방향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도 막대한 전기화 수요를 고려해 전력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어야 AI 패권을 쥘 수 있다”며 “가급적 신규 데이터센터는 전력이 풍부한 영호남 지역으로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력 다소비 시설이 전력 생산지와 인접해 있어야 송배전망 구축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도 비슷한 이유로 도쿄·오사카 지역에 90% 이상 집중된 데이터센터를 지방에 분산하는 ‘와트-비트’ 전략을 발표했다. 와트-비트는 전력 인프라를 뜻하는 ‘와트(Watt)’와 정보통신 인프라를 의미하는 ‘비트(Bit)’를 합친 단어다. 후쿠오카·히로시마·나고야·삿포로와 같은 지방 주요 도시권 10곳으로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정보통신 인프라를 옮긴 뒤 이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쓰도록 하는 지산지소 정책이다. 박 교수는 “한국도 이미 전력이 부족한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몰리고 있다”며 “가급적 수도권에는 송전망이 보강된 뒤에 데이터센터를 허가해주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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