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협상 시한 앞두고 하르그섬 때렸다…막판 힘겨루기
[포성 속 말폭탄 쏟아낸 양국]
이란 석유수출거점 하르그섬 공격
WSJ “美·이란 격차 좁히기 어려울듯”
이란 지도부·IRGC도 강경발언
철도·교량 등 인프라도 공격받아
입력2026-04-07 18:45
수정2026-04-07 23:31
지면 4면
미국과 이란이 ‘45일 휴전 뒤 종전 협상’ 중재안을 받아든 직후 다시 군사 충돌과 강경 발언을 주고받으면서 협상 국면이 막판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협상 시한인 7일 오후 8시(한국 시각 8일 오전 9시)까지 호르무즈해협 개방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양측 입장 차는 남았지만, 시장은 여전히 협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다만 미군이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을 다시 공격하면서 최종 합의까지는 추가 조율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7일(현지 시간) 이란 준관영 메흐르통신은 “미군과 이스라엘군이 하르그섬에 수차례 공격을 가해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곧바로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란 전역 수십 개의 인프라 시설을 대규모로 공격했다”고 밝혀 사실상 공격 사실을 인정했다. 미군도 하르그섬 내 기존 군사 목표물을 재공격했다고 미국 정치 매체 악시오스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다만 하르그섬 내 석유 시설은 공격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르그섬에서 50개 이상의 목표물이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하르그섬은 이란 석유 수출량의 90% 이상이 처리되는 핵심 시설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4일에도 “중동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격을 퍼부어 이란 하르그섬의 모든 군사 목표물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하르그섬은 이란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발전소·유전과 함께 추가 타격 가능성을 거론해온 상징적 압박 대상으로 부상했다.
하르그섬 재공격까지 이뤄지면서 협상은 막판까지 진통을 겪는 양상이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타결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으며 자신이 제시한 7일 시한을 전후해 최종 공격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시한 전까지 미국과 이란이 입장 차를 좁히기에는 격차가 크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르그섬 공격 후 “이제 더욱 현명하고 덜 급진적인 인물들이 주도하는 완전하고 전면적인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며 “혁명적으로 경이로운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이란을 압박했다.
다만 시한 전까지 일부라도 진전이 이뤄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시한을 연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은 이란과 접촉하고 있으며 회담은 긍정적인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다고 폭스뉴스가 미국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이란 측이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제안을 내놓거나 혹은 제안을 아예 하지 않을 때까지는, 에너지 및 기반 시설을 타격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위를 조절했다.
이란도 대외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은 전쟁에서 명백히 승리했으며 트럼프는 이란에 굴복할지, 미국의 동맹국이 석기시대로 돌아갈지를 선택할 시간이 약 20시간밖에 남지 않았다”고 적었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나 자신을 포함해 1400만 명의 이란 국민이 전쟁에서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기로 자원했다”며 “나 역시 이란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돼 있고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엑손모빌 등 사우디아라비아 내 미국 기업 소유의 대형 석유화학단지와 미 해군 에이브러햄링컨함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군이 이란의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보복 범위는 중동을 넘어설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국이 수년간 이 지역의 석유와 가스에서 배제되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이 이란 발전소 등 민간 인프라를 겨냥한 대대적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란은 자국 청년들을 사실상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청소년최고위원회는 발전소 주변에 ‘인간 사슬(human chains)’을 형성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이집트·파키스탄·튀르키예 등 중재국이 ‘45일 휴전안’을 마련해 미국과 이란에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재안의 핵심은 45일간의 휴전과 호르무즈해협 개방이다. 그러나 이란은 역제안으로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선박 한 척당 약 200만 달러의 통행료를 부과하고 이를 해협 건너편 오만과 나누겠다고 밝혀 막판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해온 이란의 인프라 시설도 공격받았다. 메흐르통신은 “미국과 시온주의자(이스라엘)가 커션 지역의 야히아어버드 철도 교량을 공격했다”며 “이 공격으로 민간인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란 중부 곰 외곽의 교량, 북부 가즈빈의 철도, 테헤란 서쪽 카라지의 철도도 폭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과의 협상이 쉽게 풀리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호주, 일본과 함께 한국을 향해서도 다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 정부가 향후 한국에 대미 투자,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 등 분야에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 또한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 4만 5000명의 미군을 주둔시켰는데 한국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며 “어떤 대통령이 제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지금 김정은은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임 행정부가 북한 핵 문제에 사실상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비판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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