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확대 신호에 기대인플레 자극…가계 소비 당겨 쓴다
부채 1%P↑ 예측에 소비 0.4%P 늘어
“국가 재정 상태가 기대 물가 자극”
입력2026-04-08 05:30
지면 6면
공공부채가 증가하면 가계가 향후 물가 상승을 예상해 소비를 앞당기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재정 상황에 대한 인식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공공부채 관리 계획과 재정 운용 방향을 보다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심명규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참여한 ‘재정 소식이 가계 기대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전미경제연구소(NBER) 워킹 페이퍼로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국내 가계 1만 1262명을 대상으로 재정 정보가 경제 인식과 실제 지출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했다.
연구 결과 공공부채 관련 정보는 가계의 기대 인플레이션과 소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설문과 연동된 실제 신용카드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래 공공부채 비율이 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가계는 이후 5개월간 소비를 약 0.4%포인트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가 공공부채 증가를 향후 인플레이션 상승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소비를 앞당긴 결과로 해석된다. 이는 공공부채를 미래 세금 부담으로 보고 소비를 줄인다는 기존 이론과는 다른 결과다.
반면 재정적자 소식에 대한 반응은 달랐다. 가계는 적자 확대 정보를 접하면 향후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실제 소비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공공부채 정보에는 물가·금리 기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재정적자 정보는 성장률 등 거시 전망에 주로 작용해 가계가 두 지표를 서로 다른 채널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경제학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부채와 재정적자는 연결된 개념이지만 가계의 인식은 비대칭적”이라며 “국가채무 비율이 50%에 근접한 상황에서 재정 커뮤니케이션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실제 물가 압력으로 전이될 수 있는 만큼 재정준칙 도입 등 엄격한 관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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