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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찍힐라...中 밀반출 논란에 사라진 슈퍼마이크로 CEO

CEO AI 인프라 간담회 일정 취소

수출 규제 위반 혐의 기소 후폭풍

CEO “개인 일탈일뿐 무관” 주장

회계 스캔들 소환되며 투매 이어져

입력2026-04-08 09:31

수정2026-04-08 09:40

찰스 량(오른쪽) 슈퍼마이크로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GTC 부스를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악수하고 있다. 엑스 캡처
찰스 량(오른쪽) 슈퍼마이크로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GTC 부스를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악수하고 있다. 엑스 캡처

휴먼X 인공지능(AI) 콘퍼런스 개막 이틀째인 7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이날 예정돼 있던 찰스 량 슈퍼마이크로 최고경영자(CEO)의 연설 무대는 행사 일정에서 조용히 삭제됐다. 1년 전 행사 때 AI 미래와 데이터센터 구축 필요성을 설파했던 그는 이번 행사에서 슈퍼마이크로가 자랑하는 데이터센터 빌딩 블록 솔루션(DCBBS)을 소개할 예정이었다. 후원사 400곳과 6500명의 참석자 앞에서 제품 세일즈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주최사인 휴먼X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350여 명 연사 리스트에 량 CEO 이름을 올렸다. 그는 “슈퍼마이크로의 창립자·CEO·사장 겸 회장인 찰스 량은 회사를 이끌며 인공지능 분야에서 시장 선도적인 혁신 기술을 제공하는 글로벌 리더로 성장시켰다”고 소개됐다. 현재 소개 글을 포함해 슈퍼마이크로 관련 내용은 모두 삭제됐다. 휴먼X 측은 량 CEO 참석 여부에 대해 “그는 더 이상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7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휴먼X 행사 스폰서 기업으로 슈퍼마이크로가 소개되고 있다. 김창영 특파원
7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휴먼X 행사 스폰서 기업으로 슈퍼마이크로가 소개되고 있다. 김창영 특파원

AI 반도체 산업 핵심기업으로 꼽히는 슈퍼마이크로가 자취를 감춘 것은 최근 벌어진 AI 칩 중국 밀반출 논란 때문이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19일 슈퍼마이크로 핵심 임원이 엔비디아 반도체를 중국에 밀반출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고 밝혔다. 기소된 3명 중 1명의 이름은 이샨 월리 리아우. 슈퍼마이크로 공동창업자이자 사업 개발 담당 수석부사장 겸 이사를 맡고 있는 인물이었다.

슈퍼마이크로는 리아우 부사장, 대만 영업 관리자인 루이창 스티븐 창, 계약직 직원인 팅웨이 윌리 쑨이 수출 규제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실을 확인했다. 법무부는 이들이 공모해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된 서버 최소 25억 달러(3조 7573억 원) 어치를 중국으로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리아우는 이사직에서 사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리아우는 이달 1일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출석해 무죄를 주장했다.

주가가 한 달 만에 30% 폭락하며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자 슈퍼마이크로는 이번 사건이 개인 일탈에서 벌어진 일일 뿐이라며 사태 수습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량 CEO가 대만계 기업인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회사 전체가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량 CEO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리사 수 AMD CEO와 함께 가장 성공한 대만계 기업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슈퍼마이크로는 홈페이지와 SNS에 게재했던 리아우 사진과 소개 글들을 삭제했다. 지난달 엔비디아 연례 행사인 GTC에서 황 CEO, 량 CEO, 리아우가 함께 찍힌 기념사진도 사라졌다.

량 CEO는 지난 24일 주주들에게 공개 서한까지 보내 “슈퍼마이크로는 기소장에 피고로 지목되지 않았다”며 회사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AI 칩 수출을 놓고 중국과 신경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사업에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기소된) 이들의 행동이 우리의 임무와 국가 안보에 대한 책임보다 우선시되었다는 사실에 깊은 슬픔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슈퍼마이크로는 치밀하게 계획한 음모의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보이며 이들은 연방 당국과 우리 내부 준법감시팀 모두를 속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회사 사업 운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회사는 고성능 및 안정적인 솔루션 제공, 시장 선도적인 혁신 추진, 고객 인프라 지원에 변함없이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슈퍼마이크로는 주로 엔비디아 칩을 공급받아 서버를 만든 뒤 고객사에 납품한다. 량 CEO가 1993년 설립해 모듈식 맞춤형 서버 모델을 앞세우면서 올해 초 기준 시가총액 185억 달러 기업으로 키웠다. 대만에서 태어난 황 CEO와 가깝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들은 지난달 GTC에서도 만나 우애를 과시했다. 한국 주요 통신사도 슈퍼마이크로와 협력한다.

엔비디아 GPU 72개를 묶고 액체 냉각 시스템을 적용한 ‘GB200 NVL72 랙’ 등이 슈퍼마이크로의 주요 제품이다. 슈퍼마이크로는 지난달 GTC에서 엔비디아 최신 AI 가속기인 ‘베라 루빈 NVL72’와 베라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한 서버를 공개했다. 정상적인 행보라면 올해 하반기 베라 루빈 출시를 앞두고 차세대 랙 홍보에 주력해야 하지만 밀반출 사건 대응에 힘을 쏟는 상황이다. 슈퍼마이크로는 이날 성명에서 서버 중국 판매와 관련해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면서 “조사가 완료되면 관련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자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슈퍼마이크로의 과거 행적이 부각되면서 투매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슈퍼마이크로는 그동안 수차례 회계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논란에 휩싸였다. 2024 회계연도 연례 재무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스트앤영이 지배구조와 투명성 문제를 이유로 감사인에서 사임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공매도 전문 투자회사 힌덴버그 리서치가 회계 문제를 지적하며 사태가 악화됐으나 보고서를 뒤늦게 제출하고 감사인을 새로 선임하면서 상장 폐지 위기를 모면했다. 2019년에도 보고서 제출 기한을 지키지 않아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됐다가 2020년 재상장됐다. 잭스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멀베리 수석 전략가는 최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지난해 슈퍼마이크로 보유 지분을 모두 매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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