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항 활성화, 수요와 공급에 답이 있다
송운경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충분한 수요 없인 적자 타개 어려워
공항 운영사 통합, 근본 해결책 안돼
지역 관광자원 개발·노선 연계 나서야
입력2026-04-09 05:00
수정2026-04-09 05:00
지면 31면
19세기 경제학자 장 바티스트 세는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세이의 법칙’이다. 그러나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며 세이의 법칙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대공황의 원인을 ‘유효수요’ 부족에서 찾았고 이후 경제학은 공급과 수요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우리나라 공항 정책을 보면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만든다’는 발상이 남아 있는 듯하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신공항 공약이 이를 보여준다. 공항이 생기면 자연스레 항공 수요가 발생하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감사원에 따르면 일부 지방 공항의 활주로 이용률은 10%에도 못 미친다. 상당수 지방 공항이 수백억 원의 적자를 지속 중인 점 역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공항 운영사 통합이 지방 공항 활성화 방안으로 거론된다. 인천공항을 운영하는 인천공항공사와 전국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를 통합하면 인천공항과 지방 공항 간 연계성이 강화되고 신규 노선도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 질문을 피해간다. 과연 충분한 수요가 존재하는가. 항공 노선은 기본적으로 항공사의 수익성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정부는 항공 협정, 인센티브 등을 통해 이를 유도할 수 있지만 수요 없는 노선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인천공항에서도 김해·대구 등 국내선을 운항했으나 수요 부족으로 중단했다. 지방 공항의 장거리 노선 확대 시도 역시 비슷한 한계를 반복해왔다.
해법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에서 출발해야 한다. 첫째, 지방 공항의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선은 KTX라는 대체재가 존재하는 만큼 단순한 노선 확대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수요 확보가 어렵다. 외국인 관광객과 같은 신규 수요 유도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관광자원 개발과 해외 마케팅을 병행해야 한다. 일본처럼 초기 운항 지원 등의 정책적 유인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둘째, 허브 공항의 공급을 활용해야 한다. 국제공항협의회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소수의 허브 공항이 전체 여객의 상당 비중을 처리한다. 허브 공항은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항공사와 수요를 끌어들인다. 인천공항은 이러한 글로벌 허브로,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와 충분한 수용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최근 슬롯 확대를 통한 추가 공급 여력을 지방 연계 강화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방 공항 활성화의 핵심은 운영사 통합 여부가 아니라 인천공항과 지방 공항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에 있다. 정부의 역할은 분명하다. 항공사가 지방 연계 노선을 운영하도록 경제적 유인을 설계하고 네트워크 연결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운영사 통합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목적과 역할이 다른 조직을 무리하게 결합할 경우 의사결정 비효율과 경쟁 약화 등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더 크다. 무엇보다 세계와 경쟁하는 인천공항, 나아가 국가 항공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학의 장점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간단한 원리로 복잡한 사회문제를 설명한다는 데 있다. 공항 정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충분한 수요 없이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방 공항 활성화와 공항 운영 체계 개편 논의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수요는 준비돼 있는가. 단순해 보이는 이 원리를 외면할 때, 그 대가는 결코 작지 않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