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층 불났는데 사이렌 ‘쥐 죽은 듯’…“집 안에선 안 들려”
인천 오피스텔 새벽 방화
주민 120명 자력 대피해
27주 임산부도 계단 대피
입력2026-04-08 15:46
수정2026-04-08 17:47
8일 새벽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 당시 소방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620세대 규모 건물에서 6개 층에 불이 났지만 비상방송과 경종 소리가 너무 작아 집 안에서는 들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12층 거주자 김 모(32) 씨는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사이렌 때문에 대피한 게 아니라 밖에 소란 때문에 대피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원래 화재가 나면 사이렌이 울리면서 방송도 나와야 하는데, 처음 들은 소리는 누군가 수동으로 누른 듯한 벨 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울리는 정도였다”며 “뭐지 싶어 문을 열어봤는데 별일 없길래 다시 들어왔다가 소방차가 오는 걸 보고서야 대피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건물 거주자 윤 모(27) 씨도 “집 안에 있으면 소리가 잘 안 들린다”며 “밖이 소란스러워서 나와보니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해당 건물의 소방 경보음이 법적 기준 데시벨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화재경보 음량 안전 가이드라인 기준은 ‘가장 거리가 먼 침실에서 75dB 이상’이다.
김 씨는 이번 사고가 예견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지난 2월에도 경보기 오작동이 많아서 관리실에 문의한 적이 있다”며 “대피후 내려와서 물어보니 사이렌 들은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 모든 주민이 관리소 측에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리사무소 측은 “확인해본 결과 정상 동작됐다”고 반박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소리의 경우 일부 세대에서 다를 수 있어 문의하면 확인해드린다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소방 점검은 지난해 10월 전문 업체를 통해 실시했으며 올해 4월 추가 점검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2월 민원에 대해서는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고, 소방서 직접 점검 시점은 “정식으로 접수해달라”며 답변을 피했다.
이날 오전 0시께 이 건물에서 20대 남성 A 씨가 7~12층 복도 제연댐퍼에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소방당국은 95명의 인력과 33대의 장비를 투입해 13분 만에 불을 껐다. 거주자 약 120명은 자력으로 대피했고 인명 피해는 없었다. A 씨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체포됐다. 임신 27주인 김 씨의 아내도 연기가 차오르는 계단을 12층에서 1층까지 걸어 내려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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