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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초대 통합시장의 역량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입력2026-04-08 18:39

김호균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통합 광역정부의 시너지 효과를 묘사한 AI 이미지.
통합 광역정부의 시너지 효과를 묘사한 AI 이미지.

대한민국의 수도권 일극 체제는 이제 단순한 불균형을 넘어 국가적 재발전의 임계점을 넘어선 재앙의 단계에 진입했다. 지방 소멸의 공포는 실질적인 위협이 되었고, 청년들은 생존을 위해 고향을 떠나 수도권이라는 거대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오는 7월, 광주·전남 통합 초대시라는 역사적인 지방정부가 마침내 출범한다. 이번 통합은 단순히 두 행정 구역의 물리적 결합이나 행정 효율성 제고의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그것은 호남의 생존 전략이자, 대한민국 국가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거대한 담론이어야 한다. 따라서 이 역사적 과업을 짊어질 초대 광주·전남 통합시장은 다음과 같은 철학과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초대 통합시장은 광주·전남의 역사성을 깊이 통찰하고 그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역량의 소유자여야 한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은 광주·전남을 하나로 묶는 가장 강력한 정신적 지주이자 인류 보편의 가치다. 초대 리더는 5·18 정신의 핵심인 민주, 인권, 평화의 가치를 통합 메가시티의 기초가 되는 헌법적 가치로 정립하고, 이를 행정 전반에 구현할 수 있는 역사적 안목을 지녀야 한다. 더불어 통합 메가시티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에 국한하지 않고, 민주성과 윤리성이 조화를 이루는 공공가치 창출의 삼축 모델(Tri-axial Model)을 행정 현장에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전남의 유구한 역사적 자산과 광주의 저항적 민주주의가 결합하여 새로운 호남의 정체성을 형성할 때, 통합은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둘째, 중앙정부의 처분만 기다리는 수동적 행정가가 아닌, 세계 시장과 직접 소통하고 경쟁하는 글로벌 전략가로서의 국제적 역량이 필요하다. 5·18이 지닌 보편적 가치를 세계와 공유하듯, 지역 산업 역시 세계적인 메가시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독자적인 생존권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미래 에너지 신산업을 글로벌 가치 사슬의 핵심으로 편입시키는 과정에서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지 않고 공동체의 선을 극대화하도록 이끄는 디지털 시대의 인문학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아울러 초대 통합시장은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는 생태적 전환가(Ecological Transformer)로서의 비전을 갖추고,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는 미래 지향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셋째, 통합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과 상처를 보듬는 공감의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 행정 통합은 단순히 서류상의 합병이 아니라 공동체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과정이다. 심미적 대리인으로서의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기다. 초대 통합시장은 갈등의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논리를 넘어,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관계적-공동체적 가치를 바탕으로 시민들의 정서적 불안과 상실감을 치유하는 예술적 감각의 조율자가 되어야 한다. 시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공동체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리더만이 진정한 정서적 통합을 실현할 수 있다.

넷째, 지역 내에서 교육, 취업, 그리고 자손의 후계 기능까지 완결되는 자족적 경제 생태계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미국의 연방제 국가들처럼 수도권에 상경하지 않아도 지역 내에서 꿈을 이루고 대를 이어 정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초대 통합시장은 지역 내 불균형 해소를 위한 균형적 통합가(Equitable Integrator)의 역량을 발휘하여 광주 중심의 빨대 효과를 차단하고 공간적 정의(Spatial Justice)를 실현해야 한다. 교육-취업-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는 통합 메가시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장하는 심장이다.

다섯째, 미국 연방제의 주 수준에 준하는 강력한 자율권을 확보하고 중앙정부와 대등하게 파트너십을 맺는 정치적 역량이 요구된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독자적인 조세, 교육, 산업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논리적 무장과 담대함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초대 통합시장은 디지털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소통의 혁신가(Digital Democratic Innovator)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시민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플랫폼 정부를 구축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투명한 행정을 펼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광주·전남 통합 초대시장의 7대 핵심 역량.
광주·전남 통합 초대시장의 7대 핵심 역량.

여섯째, 거대 행정 기구의 안전과 공공성을 담보하는 관리자적 역량이 보완되어야 한다. 초대 통합시장은 통합 과정의 혼선을 방지하는 회복탄력적 안전 관리자(Resilient Safety Manager)가 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특정 기득권이 정치적 네트워크를 악용하여 사업권을 독점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 behavior)를 사전에 차단하고 공공 가치를 사수하는 윤리적 투명성의 수호자로서의 자세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행정 체계의 화학적 융합을 이끄는 실무적 통합 전문가(Pragmatic Synthesizer)로서의 자질이 요구된다. 물리적인 통합 이후의 서로 다른 조직 문화와 인사, 예산 체계를 하나로 묶는 복잡한 과정에서 행정 현장의 갈등을 조율하고 비효율을 제거하는 실무적 디테일에도 강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변방의 역사를 끝내고 중심의 시대로 나아가는 문턱에 서 있다. 7월에 출범하는 통합시는 호남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마중물이자, 서울 공화국의 견고한 벽을 허무는 자치분권의 거대한 파고다. 초대 통합시장의 리더십은 호남의 재도약을 이끄는 강력한 엔진인 동시에, 대한민국이 진정한 연방제 국가로 나아가는 혁신의 가늠자가 되어야 한다. 시·도민은 이제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자녀의 미래까지 책임지고 지역의 자존감을 세계에 세워줄 리더를 원한다. 수도권에 종속되지 않는 당당한 자족적 연방 메가시티 호남의 꿈은 이러한 역량을 갖춘 인물의 등장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며, 그 성패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김호균의 K- 행정, 혁신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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