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에어건 분사’ 수사 속도…피해자 보호 확대
피해자 사실혼 관계에 스마트워치 지급
사건 발생 당시 업체 측 허위진술 정황
입력2026-04-09 14:49
경기 화성 외국인 노동자에 ‘에어건 상해’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인 사업주 측이 사건 당시 경찰과 소방당국에 허위 진술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보복 우려 등을 고려해 피해자 주변 인물까지 보호 조치를 확대하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외국인 노동자 A 씨에게 에어건을 발사해 중상을 입힌 혐의로 사업주 B 씨를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경찰은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관과 구급대원에 대해서도 사실관계 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사건 당일인 2월 20일 오후 8시 9분께 수원 아주대병원 앞에서는 “외국인 환자가 장 파열 증상을 보인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당시 피해자와 동행한 B씨 부부는 구급대원과 경찰에 “동료와 에어건으로 장난을 치다 다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진술에 따라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해당 사건을 단순 사고로 판단하고 상황을 종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A 씨는 구급차에 실려 누워 있는 상태여서 직접 진술을 하지 못했고, 경찰은 출입국 당국 조회를 통해 A 씨가 불법체류자 신분이라는 점을 확인했지만 긴급 치료 대상이라는 판단에 따라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후 B씨 부부는 “직접 병원으로 데려가겠다”고 밝혔고, 경찰과 소방은 추가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 씨는 사건 직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숙소로 돌아갔고, 다음 날 새벽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다시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 진단 결과 A 씨는 외상성 직장 천공 등 중상을 입었으며, 대장에서 약 10cm 크기의 천공과 함께 급성 패혈증 증세까지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당시 상태는 즉각적인 수술이 필요한 중증 상황이었지만 적절한 의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초동 대응 과정 전반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피해자 보호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A 씨의 사실혼 관계 배우자에게 긴급 신고용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음 주 중 유관기관 회의를 열어 추가 보호 조치와 함께 피해자의 체류 문제 지원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경찰은 현재 B 씨를 상해 혐의로 수사하는 한편, 사건 당시 허위 진술 여부와 치료 지연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또 피해자의 파견업체 관계자와 동료 노동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경위 전반을 면밀히 확인하고 기초 수사부터 탄탄하게 진행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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