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리서치, 2026 한국 암호화폐 산업 가이드 발간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지연되는 가운데 신현송 한국은행 신임 총재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중심주의’가 향후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웹3 전문 리서치사 타이거리서치는 10일 ‘한국 암호화폐 산업 가이드’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상황을 분석했다.
타이거리서치는 법안이 국회에서 공전하는 사이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발행 주체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제 아래 파트너십 구축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삼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특히 하나금융은 BNK금융, iM금융, SC제일은행 등과 잇달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빠르게 움직였다. 타이거리서치는 삼성월렛과 글로벌 유통망이 결합될 경우 온·오프라인 결제망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KB금융은 국내에서는 토스, 해외에서는 서클과 협력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발행 기술과 유통 플랫폼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케이뱅크는 BC카드 결제망 연계를 강점으로 발행 컨소시엄 참여를 선언했고, 토스뱅크는 30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유통과 생태계 구축에 무게를 두고 있다.
향후 시장 변수는 두 가지로 제시됐다. 우선 입법 결과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은행 50%+1주 컨소시엄 방식을 유지하려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 태스크포스(TF)는 핀테크 참여를 주장하고 있다. 은행 중심 구조가 확정될 경우 현재의 컨소시엄 경쟁 구도가 그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핀테크까지 참여가 허용될 경우 시장 판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한국은행이다. 신현송 신임 총재는 CBDC 중심 기조를 예고하며 스테이블코인 인가 과정에서 한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프로젝트 한강’ 2단계가 속도를 낼수록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입지는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타이거리서치는 올해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개인 투자자 중심에서 기관 중심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거래 가능 이용자는 1113만 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2024년 하반기 24.7%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5년 상반기 11%, 하반기 5.2%로 빠르게 낮아졌다.
일평균 거래 규모는 5조4000억 원으로 상반기 대비 15% 감소했고, 거래소 영업손익도 같은 기간 38% 급감했다. 보고서는 참여자는 늘었지만 실제 거래는 줄어든 ‘활동 둔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래 감소의 배경으로는 주식시장 활황이 지목됐다. 코스피는 2025년 1월 약 2400선에서 출발해 2026년 2월 6300선을 돌파하며 1년 남짓한 기간에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상화폐 거래량과 주식시장 거래대금 간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보고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기보다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확대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센터장은 “개인 투자자들은 크립토 윈터 때마다 이탈했지만, 지금은 그 빈자리를 기관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며 “이 전환기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초기 신호들이 향후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