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업무용 부동산 규제 강화, 기업 투자 위축은 없기를
입력2026-04-11 00:05
수정2026-04-11 00:05
지면 23면
이재명 대통령이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 기업들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해 “대대적인 보유 부담을 안기는 방향으로 검토를 한번 해 보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본이) 생산적인 분야로 전환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며 이같이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를 투기로 간주하고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재산세 강화 등 강력한 규제 조치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업들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규모는 상당하다. 서울경제신문이 트러스톤자산운용과 함께 국내 주권상장법인 2554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투자 부동산’ 합산 가액은 107조 원대에 달했다. 회계상 투자 부동산은 단순 임대 수익이나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소유한 토지·건축물 등이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비업무용 부동산 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과거 노태우 정부와 같은 고강도 규제를 펼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비업무용 부동산 전체를 투기 자산으로 보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세법상 비업무용 부동산의 정의는 취득 후 일정 유예 기간을 지나도 법인 등기부상 목적 사업 등 ‘법인의 업무’에 직접 사용하지 않은 부동산이다. 유예 기간은 용도·업종에 따라 짧게는 2년, 길면 5년이다. 제조 업체가 공장 부지를, 부동산 개발 업체가 분양용 주택 건설 용지를 매입하고도 5년 내 해당 용도로 이용하지 않으면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중에는 업황 악화, 건설비 상승, 자금난으로 부득이하게 착공·완공이 지연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개별 경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투기로 싸잡아 세금을 중과할 경우 기업 부담이 가중돼 중장기적으로 투자 위축이 우려된다.
비업무용 부동산 정책이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게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투기만 핀셋처럼 집어내고 제조·물류·연구 인프라 확충이나 주택·업무 시설 공급을 위한 기업 용지 확보에는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 과도한 자산 매각 압박으로 기업 가치 훼손, 신용 경색이 초래되지 않도록 출구를 먼저 여는 것도 중요하다. 비업무용 부동산 규제는 기업 옥죄기가 아니라 생산적 투자 촉진에 중점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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