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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는 초등생 잡으니 “이름 알려주기 싫다”… 신고 받고 갔지만 신원 확인도 못해

■경찰 “촉법소년 강제조사권 추진”

작년 촉법소년 2만명 넘게 검거

살인·강간 등 강력 범죄도 급증

현행범 체포해도 주의밖에 못줘

소년부 송치 후 재조사 비효율도

“警 사기저하로 연결…방치 안돼”

입력2026-04-10 21:17

수정2026-04-10 23:35

지면 15면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관할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순찰팀원 A 씨는 최근 “초등학생들이 골목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에는 초등학교 5~6학년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담배꽁초를 버리고 침을 뱉고 있었다. A 씨는 이들을 계도하기 위해 인적 사항을 확인하려 했지만 학생들은 “이름을 알아서 뭐 하느냐”며 되레 소리를 지르거나 경찰을 비하하는 말을 내뱉었다. 소년법상 경찰은 촉법소년 등에 대해 명시적인 조사 권한이 없어 A 씨는 사실상 주의만 준 채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촉법소년 범죄는 해마다 늘고 있고 수법도 잔인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경찰관들은 필요한 조사를 할 법적 권한이 없어 현장에서 애를 먹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회적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선에서는 연령 조정보다 경찰의 조사 권한부터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법무부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검거된 촉법소년은 2만 1095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1만 1677명과 비교하면 약 80% 늘어난 수치다.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 소년인 ‘우범소년’,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행위를 한 ‘범죄소년’까지 합하면 전체 소년범은 5만 1360명에 달한다. 살인·강도·강간·강제추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도 2021년 479명에서 지난해 826명으로 증가했다. 단순 비행을 넘어 강력·지능범죄로까지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게 현장 경찰의 공통된 지적이다.

문제는 경찰이 이들을 상대로 사실상 손을 쓰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한 보호처분과 형사처분의 주체를 법원 소년부로 두고 있지만 사건 초기 단계에서 경찰이 어디까지 조사할 수 있는지는 분명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선에서는 촉법소년을 상대로 인적 사항 확인, 출석 요구, 임의동행, 증거 확보 등을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적법절차 위반이나 인권침해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감찰이나 민원 부담까지 겹치면서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학교폭력과 비행 문제를 담당하는 학교전담경찰관(SPO)이 있지만 이들 역시 수사권이 없다. 청소년 사건을 다뤄본 한 경찰관은 “학생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조사는커녕 이름과 연락처조차 확인하기 어렵고 현행범으로 체포하더라도 사후에 촉법소년으로 확인되면 절차상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 경찰은 소년범 사건에서 경찰의 조사 권한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소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소년범죄가 고도화·지능화하는 상황에서 사건 초기 단계부터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하고 비행 원인을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은 일선 경찰관들을 상대로 출석 요구 거부, 증거 확보 실패, 보호자 대응 곤란 등 구체적 사례를 수집하고 경찰 단계에서 조사가 미흡해 소년부 송치 뒤 같은 내용을 반복 조사하는 비효율도 함께 점검할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소년 사건 접수부터 임의동행, 조사 절차, 보호자 통지, 전문가 의견 청취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입법 모델을 설계할 계획이다. 출석 요구와 조사·압수수색 등 현장 애로를 줄이는 한편 소년범 전문가 참여제도와 비행 원인 진단 절차를 수사 초기부터 접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인권침해 우려를 줄이기 위해 조사 목적과 이유, 향후 절차를 충분히 설명하고 보호자나 변호인의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도 함께 마련할 방침이다. 촉법소년 선별 송치나 경찰 선도 제도에 대한 입법 보완도 병행 검토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촉법소년에 대한 경찰의 조사 권한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촉법소년 사건은 수사와 처분 모두에 제약이 많아 시민들이 보기에 경찰이 손을 놓고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일선 경찰의 사기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제도 전반을 현실에 맞게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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