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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행정이 더 발전하려면

김판석 연세대 글로벌행정학과 명예교수·전 인사혁신처장

성공적 정책성과 주목 ‘긍정행정학’

실패 연구 벗어나 통찰·학습기회 줘

적극행정 이론 틀로 활용, 공익 실현을

입력2026-04-13 05:00

수정2026-04-14 17:19

지면 31면

최근의 행정 환경은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와 정책 문제의 복잡성 증대로 인해 기존과는 차별화된 행정 패러다임을 요청받고 있다. 국제질서의 양극화와 갈등,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의 비약적 발전, 기후변화 및 인구구조 변화 등과 같은 난제들은 과거의 경직된 관료제적 행정 방식만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이 불가능할 만큼 복합적인 성격을 띤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발맞춰 한국 정부는 적극행정을 핵심적인 행정 혁신 전략으로 지속 추진해왔다. 적극행정은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정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공무원이 규정과 절차에 매몰돼 소극행정에 안주하지 않고, 국민의 편익과 공익 실현을 위해 능동적으로 헌신하도록 장려하는 행태적 접근 방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적극행정에 관한 논의는 주로 행정 실무나 정책 운용 차원의 실태 분석과 문제 해결에 편중됐다. 적극행정이 공무원의 행태 변화나 제도의 적극적 해석과 적용을 중심으로 강조된 반면 이를 뒷받침할 이론적 체계화 시도는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동기 부여 이론 등에 기반한 일부 실증 연구가 존재하지만 적극행정을 행정학계의 세계적 연구 조류와 연계해 조명하려는 노력은 다소 미진한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국제 행정학계, 특히 유럽과 영연방 국가 등을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긍정행정학(Positive Public Administration)이라는 새로운 학풍은 적극행정의 발전 가능성을 상기시켜 준다. 긍정행정학을 주창하는 패트릭 루카스 등 일군의 학자들은 그간의 행정 연구가 성공 사례는 간과한 반면 정책 실패, 관료제의 병리 현상, 행정 비효율 등에 지나치게 치중해왔음을 비판한다. 또 성공적인 정책과 제도 운용 경험을 학습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기존의 실패 중심적 연구는 행정 문제를 진단하는 데는 기여했으나 성공적인 행정 경험을 통한 학습 기회를 제약하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본다.

실제로 긍정행정학의 부상은 긍정심리학과 긍정적 조직 연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이들 학문은 조직의 실패에만 매몰되지 않고 강점과 성공 요인을 통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균형 잡힌 통찰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긍정행정학은 사회적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행정 개선 방안을 모색하며, 정부의 신뢰와 정당성 구축 및 공무원의 공공가치 창출 방법론에 관해 적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적극행정과 긍정행정학은 등장 배경은 다르지만, 공공 문제 해결 능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한다. 적극행정이 문제 해결을 위한 공무원의 능동적 행위에 방점을 둔다면 긍정행정학은 이러한 행위가 도출하는 성공적 행정 성과와 공공 가치 창출에 주목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적극행정은 긍정행정학의 실천적 기제가 될 수 있으며 긍정행정학은 적극행정이 창출하는 성과를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적 분석 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공직 사회와 학계가 지혜를 모아 적극행정을 긍정행정학의 핵심 기제로 정립시킬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한국의 적극행정을 긍정행정학이라는 이론적 틀 속에서 좀 더 정교하게 체계화한다면 적극행정이 국내외 행정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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