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핵·제재’ 3대 레드라인만 재확인…美, 이란 원유 수출 차단으로 압박[美·이란 첫 담판 결렬]
[21시간 마라톤 협상 ‘빈손’]
美, 호르무즈 즉시 재개방 요구에
이란 “종전협정 체결후 개방” 맞서
고농축 우라늄 처리도 접점 못찾아
해외 자산 동결 해제는 美가 거절
양국 모두 대화 여지는 열어놨지만
21일까지 돌파구 찾을지는 미지수
입력2026-04-12 17:42
수정2026-04-12 23:36
지면 4면
미국과 이란이 개전 42일 만에 중재국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벌인 종전 첫 회담은 ‘빈손’으로 끝났다. 21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을 펼쳤지만 이란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끝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해군을 통해 호르무즈 모든 선박에 봉쇄조치를 취하면서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봉쇄 조치를 대(對)이란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12일(현지 시간) BBC·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이번 회담에서 각자 설정한 ‘레드라인’에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이른 오전만 하더라도 양국은 전날 정오 시작해 1박 2일 협상 후 실무 논의가 이어졌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막판 합의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 측 수석대표로 나선 J D 밴스 부통령은 오전 6시 30분께 기자회견을 자청해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그는 “(회담에서) 상당히 유연하게 임했지만 이란 측은 우리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택했다”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2~3개 주요 이슈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가 불발됐다”면서 이번 회담이 서로를 불신하는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해협 재개방과 고농축 우라늄 처리 등 핵심 쟁점을 놓고 양국이 자기 주장만 하다가 회담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이란에 호르무즈해협을 재개방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종전 협정이 체결된 후 (해협을) 다시 열겠다고 맞받았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이란이 비축한 고농축 우라늄에 대한 전량 인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밴스 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겠다고 확고하게 약속하기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란 측(바가에이 대변인)이 “미국이 과도한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고 반응한 데는 미국의 이 같은 촉구가 있었던 셈이다. 이 밖에 이란은 제재를 풀어 해외에 동결된 석유 수익금을 전쟁 배상금 명목으로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이를 거절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휴전 자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헤즈볼라 공격 중단’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휴전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인 데 반해 이란은 반드시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전날 회담을 위해 이슬라마바드로 이동하면서도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밴스 부통령은 출국 전 “이란이 우리를 기만(play)한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란 수석대표로 나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지난달 미국 공습으로 희생된 이란 초등학생들의 사진과 그을린 책가방 등을 이란 대표단 전용기에 실은 모습을 촬영해 자신의 X(옛 트위터)에 공개했다. BBC는 “양국은 서로 승전국이라고 주장하며 회담에 임했다”면서 “(회담 한 번에) 합의에 도달하기란 애초에 어려운 일”이라고 짚었다.
회담 결렬로 상황은 다시 안갯속으로 빠졌다. 일단 미국과 이란이 모두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만큼 외교적 해결 실마리를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공전’하면서 2주 휴전이 끝나는 21일 안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미국과 이란의 ‘노딜’을 빌미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표적으로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크게 강화할 수 있고 이는 협상에 다시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란도 현재로서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협상 자체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 NYT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미국이 우라늄 농축 제한을 핵심으로 한 이란 핵 합의(JCPOA)를 이끌어내기까지 약 2년에 걸친 치열한 협상이 있었다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비핵화를 협상 최종 목표로 두고 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이란 협상력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미국 협상단 전원이 협상 장소였던 이슬라마바드에서 철수했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12일(현지 시간) 미측 협상단장을 맡은 밴스 부통령을 태운 전용기(에어포스투)가 독일 남부의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중간 재급유를 하는 도중 이같이 밝혔다고 백악관 공동취재단이 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를 시작하면서 이란 압박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는 우리는 ‘모든 선박의 출입을 허용하는’ 단계에 이를 것이지만, 이란은 오직 자신들만 알고 있는 ‘어딘가에 지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마디로 이를 차단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세계에 대한 갈취이며, 각국 지도자들, 특히 미국은 결코 갈취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 해군에 이란에 통행료를 지불한 모든 선박을 공해에서 찾아내 차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원유 수출로 차단을 통해 이란을 압박하고 앞으로 이어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지렛대로 삼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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