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 K모델 구축, 공포 아닌 ‘시스템’으로
■임현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중처법 이후 사망자 늘어 처벌중심 한계
정부 인프라 구축·기업 인식전환 병행을
입력2026-04-12 21:11
지면 23면
BTS 광화문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케이팝(K-POP)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반면, 야심차게 제정되고 운영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의 결과는 당혹스럽다. 산재 사망자가 2023년 2016명에서 2024년 2098명으로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산재 사고사망만인율도 여전하다. 법과 운영이 강화됐는데 사망자가 증가했다. 처벌 중심의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간 노력이 헛된 것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핵심은 ‘처벌의 공포’가 아니라 ‘치밀한 시스템’이다.
1972년 영국의 로벤스 보고서는 ‘안전은 규제가 아니라 무관심에 대한 대응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산업안전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정부의 세세한 감독보다 사업장 자체의 책임과 자율적 시스템을 강조한 이 통찰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정부의 변화시도는 고무적이다. ‘중대재해 사이렌’을 통해 사고 원인과 예방조치를 지역·업종별로 실시간 전파하고, ‘중대재해 사고백서‘를 발간하며 재해의 구조적 패턴을 축적하고 있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해 구조적 예방 체계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이런 정책적 노력에 발맞춘 정교한 운영 또한 중요하다.
정책의 선의가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기업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경영자가 안전을 단지 ‘피해야 할 사법리스크’로 인식하는 순간, 법은 방어의 장벽으로 전락하고, 안전관리는 형식에 치우치게 된다.
지금 절실한 것은 처벌의 공포 내지 열기가 아니라 치밀한 시스템이다. 정부가 안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도 안전을 경영의 핵심으로 내재화하는 것이다. 안전관리체계는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담보하는 핵심 투자라는 인식의 전환, 업종별 현장에 맞는 맞춤형 안전역량 강화노력, 노동자 참여문화, 노사가 함께 책임을 나누는 구조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선순환이 시작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공포의 법이 아닌 시스템을 구축하는 마중물로 자리 잡을 때, 산업안전의 K-모델도 어려움을 극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서사로 이어져, K-POP에 견줄 만한 우리의 자부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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