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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석교동지점, 농협銀의 지역상생 새 기준점으로

30여년간 육거리종합시장 ‘사랑방’ 역할

지점 통폐합 후에도 지역 내 활용방안

입력2026-04-13 05:00

지면 9면
폐점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10일 충북 청주 NH농협은행 석교동지점 건물 앞에 붙어 있다.
폐점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10일 충북 청주 NH농협은행 석교동지점 건물 앞에 붙어 있다.

지난 10일 충북 청주 육거리종합시장 입구 옆에 ‘NH농협은행 석교동지점’이라는 간판을 단 3층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로 들어서니 10여 명의 어르신들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몇몇 어르신은 일행끼리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NH농협은행이 설치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6기가 보였다. 이 중 3기 앞에는 손님이 있어 ATM 주변이 허전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석교동지점은 2024년 12월 문을 닫았다. 시설 노후화와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1.2㎞ 떨어진 동청주지점과 통합하면서다. 하지만 여전히 석교동지점 건물은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처럼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주변 상인들의 전언이다.

석교동지점은 1990년 사용 승인을 받은 이후 약 34년간 육거리종합시장 입구 옆에서 자리를 지켰다. 특히 육거리종합시장 일대에는 고령층이 많은 만큼 석교동지점 건물의 중요성이 더 크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이곳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이은경(가명) 씨는 “석교동지점은 30년 넘게 만남의 장소이면서 사랑방처럼 여겨져왔던 곳”이라며 “갑자기 지점을 없앤다고 했을 때 상당히 아쉬웠다”고 전했다.

NH농협은행이 옛 청주 석교동지점을 지역 문화 공간으로 되살리기로 한 배경이다. 동청주지점과 통합한 은행 업무는 놓아두더라도 1990년부터 약 34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옛 지점 건물을 상인들과 지역민을 위한 사랑방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은 점포망에 대한 생각이 시중은행과 다르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의 경우 “은행 지점이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는 게 평소 지론이다. 필수 인프라 가운데 하나라는 뜻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현재 출장소를 포함해 전국에 1064곳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이는 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772개)보다도 300개가량 많은 수치다. 시중은행에 비해 비수도권 지점이 많다는 것도 NH농협은행만의 특징이다.

강 행장이 직접 옛 석교동지점에 대한 재활용 방안에 대해 강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점을 비용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영업 확대의 기반으로 보고 더 많이 수익을 내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NH농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12일 “석교동지점을 지역 노인 분들을 위한 복지시설로 만드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NH농협은행의 지점망 관리나 지역 상생 모델 측면에서 시사점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옛 석교동지점 사례를 앞으로 다른 곳에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역에서도 다양한 요구 사항이 나오고 있다. 카페·전시·체험·휴식은 물론이고 청년 창업과 팝업 스토어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건물을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광역시에서 만남의 장소로 통했던 ‘우다방’ 사례를 참고해 옛 석교동지점을 청주 지역 문화 자산으로 키울 수 있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은행 지점을 폐쇄하면 그것으로 끝인 경우가 많았는데 NH농협은행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오래된 점포일수록 도심지나 역 주변에 있는 곳들이 많은 만큼 이에 대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도록 금융위원회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과물 도매시장에서 문화·관광 공간으로 탈바꿈한 영국 런던 코벤트가든 사례를 벤치마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월 육거리종합시장을 방문했을 때도 지역 상인들과 석교동지점 건물 활용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시와 육거리종합시장 상인들은 NH농협은행을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 등과도 석교동지점 활성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현모 육거리종합시장 상인회장은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NH농협은행 석교동지점 건물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요청했다.

NH농협은행 측은 “건물이 노후화한 만큼 일단 안전 정밀 진단부터 시행하고 있다”면서도 “청주시와 지역 상인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옛 석교동지점이 어떻게 변신하느냐가 은행권의 영업점 폐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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