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의 신모델이 의미하는 것
■메건 맥아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美, 中과 AI 경쟁서 논쟁할 여유 없어
정부 운영전반 개혁해 기술역량 제고
AI거버넌스, 中지배 허용할지 자문해야
입력2026-04-14 05:00
수정2026-04-14 05:00
지면 31면
앤스로픽은 “새 버전 ‘미토스’가 사용자 지시에 따라 모든 주요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의 제로데이 취약점을 식별하고 악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신 인공지능(AI) 모델이 거의 모든 디지털 시스템을 구동하는 핵심 체계의 보안 허점을 찾아냈다고 설명한 것이다. 기초적인 코딩 지식을 가진 아마추어도 이 허점을 이용해 미국 디지털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해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앤스로픽은 이에 이 모델을 공개하는 대신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테크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취약점 패치 작업에 착수했다. 문제가 실재한다는 강력한 신호였다. 기업이나 정부가 먼저 이 기술에 도달했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하면 섬뜩하다. 일부는 AI가 비밀번호와 일자리를 빼앗기 전에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불행히도 이번 사태가 보여주듯 그건 불가능하다. 기술은 이미 세상에 나왔고, 미국이 개발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가 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기술이 중국 기업에서 나왔다면 어땠을까. 주요 중국 기업은 사실상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다. 최근 메타가 인수한 스타트업의 AI 창업자 2명에게 출국 금지령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AI 개발사가 대규모 보안 취약점을 발견했다면 이 기업이 세계에 경고하고 패치를 배포하도록 허용했을까, 아니면 중국의 광범위한 사이버 공격 작전에 넘겼을까.
양자 협상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개발을 중단하자는 반론도 있다. 매력적이지만 실현 불가능한 해법이다. 이는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는 주요 군비 통제 협상에 해당하는데 AI는 사실상 매달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고 있다. 외교 절차를 앞당기더라도 이 조약은 양측이 합의하는 동안만 유효하다. 미국은 ‘컴퓨트’ 분야에서 중국보다 상당한 우위를 점해 AI 경쟁에서 앞서 있다. 수출통제 덕분이다.
그러나 AI의 또 다른 핵심 요소인 전력 생산과 송전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크게 앞선다. 지난 4년간 중국은 미국 전체 전력망에 맞먹는 용량을 추가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중국의 합의 이행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중국 입장에서는 컴퓨팅 역량을 따라잡는 동안에 일시 중단에 동의한 뒤 격차가 없어지자마자 합의에서 빠져나가는 편이 더 이익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이 장기 지배력을 굳힐 수도 있다. 미국이 인프라 개발을 가로막는 법·규제 장벽을 고치는 것보다 중국이 ‘컴퓨팅 격차’를 지우는 쪽이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불편한 결론을 가리킨다. 미국은 다가오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데이터센터 신설을 멈추자는 ‘모라토리엄(유예)’을 논쟁할 게 아니라 이에 적응해야 한다. 모든 미국 기업은 보안을 점검해야 하고 모든 사용자도 그래야 한다. 미국 정치권은 문화 전쟁을 벌이는 데 쏟았던 열정을 국가 전력망 확충에 쏟아야 한다. 미국은 천연가스가 더 필요한지, 재생에너지가 더 필요한지를 두고 끝없는 논쟁을 벌일 여유가 없다. 답은 ‘둘 다 필요하다’이다. 전기 공급의 풍부함을 정치적 공방거리가 아니라 개인과 국가 방어의 문제로 다루는 ‘모든 수단을 다 쓰는(all of the above)’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정부의 기술 역량은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AI 거버넌스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아직 모른다. 지금 강력한 선제 규칙을 제정하면 책임 있는 발전보다는 개발 자체를 질식시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가 결국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현재는 그럴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최근 앤스로픽과 관련한 서투른 시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의 채용 절차, 급여 체계, 조달 규정, 관료주의적 형식 절차는 민간 부문의 전문성을 따라잡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 격차를 좁히려면 정부 운영 전반에 걸친 대대적 변화가 필요하다. 주정부와 지방정부 규제에 대한 연방 차원의 선점도 필요하다. 주정부는 연방정부보다 기술 역량이 부족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관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50개 주의 상충하고 모순될 수 있는 규칙을 조율하며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대다수 사람은 AI 정책을 주로 국내 문제로 생각해왔다. 미국이 AI 발전을 어떻게 허용할지, 완전히 허용할지의 문제로 본 것이다. 이 좁은 시각은 가장 중요한 질문을 알아채지 못하게 한다. 국가의 미래가 미국의 가치와 제도의 지배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받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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