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조립공장서 고부가 생산기지로…장인화 회장, 핵심 공급망 직접 챙긴다
■포스코, 베트남 투자 25억弗로 확대
음극재 공장 완공땐 연산 5.5만톤
핵심소재 글로벌 거점으로 탈바꿈
공급망 고도화로 무역장벽에 대비
장 회장 직접 현장 점검하며 공 들여
삼성·SK·LG도 앞다퉈 영토 확장
네트워크 강화·협력 등 전략 행보
입력2026-04-13 17:57
수정2026-04-13 23:39
지면 3면포스코그룹이 베트남을 단순 노동집약적 생산 거점에서 핵심 소재를 직접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제조 기지로 탈바꿈시키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다음 주 베트남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의 행보라는 분석이다. 철강과 2차전지 소재를 그룹의 핵심 축으로 삼아 해외 거점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어온 만큼 핵심 무대 중 하나인 베트남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포스코그룹의 베트남 사업 역사는 30년을 훌쩍 넘는다. 한·베트남 수교 전인 1991년 하노이사무소 설립을 시작으로 이듬해 호찌민에 첫 합작법인을 세웠고 이후 철강 생산부터 무역·물류에 이르기까지 사업 영역을 꾸준히 넓히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물류 자회사인 포스코플로우가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며 원료 반입부터 제품 출하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공급망 고도화 체계도 갖췄다.
그동안 철강 생산과 관련 물류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온 포스코는 최근 베트남을 고부가 제조 기지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스코퓨처엠의 첫 해외 음극재 공장이다. 업계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베트남 최대 건설·부동산 기업인 비글라세라와 타이응우옌성 송꽁 2산업단지 내 공장 설립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총 4억 달러(약 6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이번 공장은 37㏊ 규모로 조성되며 하반기 착공해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완공 시 연간 5만 50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며 이곳에서 생산된 소재는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글로벌 주요 전기차 제조 업체에 공급될 예정이다.
당초 포스코퓨처엠이 밝힌 투자액은 3570억 원이지만 본계약 상대방인 비글라세라 측은 4억 달러(약 6000억원)를 언급했다. 추가 계획을 반영한 수치라는 설명으로 향후 투자 확대에 대한 양측의 긍정적인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이번 투자가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질적 전환을 상징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단순 조립 위주의 저임금 구조였던 베트남 제조업이 배터리 핵심 소재를 직접 생산하는 첨단 기지로 변모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연산 5만 5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은 베트남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내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특히 포스코그룹이 중국 사업을 축소해온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베트남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포스코뿐만이 아니다. 미국·중국과 함께 한국의 대표 교역국인 베트남은 이미 국내 주요 대기업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제조 공장 6곳과 연구개발(R&D)센터 1곳, 영업 법인 1곳을 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타이응우옌성에 ‘삼성혁신캠퍼스(SIC)’ 연구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LG그룹은 하이퐁 클러스터를 전자 계열 3개사의 핵심 기지로 운영 중이며 SK이노베이션은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과 해상풍력 등 에너지 인프라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포스코그룹 역시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을 통해 LNG 공급 등 현지 에너지 사업 개발 기회를 모색 중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이) 값싼 노동력의 조립 기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첨단 제조와 에너지·소재 생산을 아우르는 전략적 요충지로 위상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내 정치적 환경 변화와 맞물려 장 회장과 주요 재계 인사들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의 베트남 방문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또럼 공산당 서기장은 서열 2위인 국가주석으로도 선출되며 당과 국가권력을 동시에 갖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필두로 최태원·정의선·구광모 회장 등 국내 대표 기업인들이 참여할 경제사절단은 베트남의 사실상 ‘1인 체제’가 완성된 뒤 이뤄지는 첫 대규모 방문인 만큼 굵직한 투자나 협력 사업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전망이다. 베트남의 새 체제 출범 이후 관계 다지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에서 장 회장의 방문 역시 단순히 현지 사업 점검을 넘어 추가 투자 및 대규모 프로젝트 개발 등 전략적인 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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