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주식시장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입력2026-04-13 18:02
지면 19면
이번 이란 전쟁은 복잡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간과한 것은 국가 안의 또 다른 국가와 같은 이란혁명수비대의 막강한 영향력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이란 내부에서 현실적인 정치적 대안도 마땅치 않다. 이스라엘 역시 변수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멈추고 싶어도, 이스라엘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전쟁의 끝을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드시 전쟁이 끝나야만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1990~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 증시는 고점 대비 약 18% 하락한 수준에서 바닥을 형성했다. 미국의 ‘사막의 폭풍’ 작전이 시작된 것은 1991년 1월이었고, 걸프전은 공식적으로 1991년 2월에 종결됐다. 주식시장은 종전이라는 결과보다 ‘종전 가능성’을 선반영한다는 것이다.
이번 전쟁에서도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달 9일 기준 통과 선박은 7척으로 전쟁 전 138척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하루 5척 수준까지 떨어졌던 초기보다 추가 악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쟁의 출구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글로벌 증시는 이미 바닥을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점차 반등해 전쟁 직전에 비해 이달 10일 기준 낙폭을 1.3%로 줄였다.
오히려 더 우려되는 것은 채권시장이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각국은 방위비를 늘려야 하고, 에너지 전환과 물가 대응에도 재정 지출이 불가피하다. 이미 일부 국가는 가격 통제와 보조금 정책을 확대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전쟁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히 결정한 상태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국방성의 국방비 예산 증액으로 올해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의 재정적자 비율은 지난해 -6%에서 올해 -7%대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회계연도 국방부 예산은 8952억 달러였으나, 이번 국방부 특별 예산 확대로 올해 미국 국방비는 거의 1조 5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문제는 향후 추가 충격이다. 인공지능(AI) 산업 둔화, 사모대출 시장 불안, 경기 하방 압력 등이 현실화될 경우 각국 정부의 대응 여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국가들보다 재정적자나 국가부채 부담이 높으면서도, 인플레이션율이 높은 미국은 전쟁 국면에서 주식시장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미국 달러 가치는 에너지 수출국이라는 이유로 전쟁 후 2.3% 올랐다. 그러나 이번 전쟁 이후 미국 경제의 영향력과 위기 복원력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2주 휴전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불안 속에서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의 부담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전쟁 이후에도 자금 조달이 필요한 정부보다, 잉여현금 흐름을 확보한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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