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집앞 술집 문닫더니...이래서 없어졌나
소버 큐리어스·헬시 플레저 열풍
경기 불황까지 겹치며 지출 부담도
주류업체 실적도 연일 하락세
입력2026-04-14 06:00
수정2026-04-14 07:44
최근 1년 간 국내 주점 10곳 중 1곳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헬시플레저’ 열풍으로 젊은 층이 술을 외면하는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주점 수는 물론 매출까지 감소하고 있다.
13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간이주점 및 호프주점 매장 수는 2만 8443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심각했던 2020년 2월~2021년 2월 12.8%가 줄어든 이후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주점 수 감소율은 엔데믹 후 주춤하다가 최근 다시 가팔라지면서, 2023년 2월 전년 동기 대비 3.0%에서 이듬해 5.4%, 지난해 7.6%를 기록하며 3년 연속 확대됐다.
주점의 매출도 빠르게 줄고 있다. 2024년 간이주점의 평균 연매출은 1억 1655만 원으로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호프주점의 평균 연매출도 1억 2307만 원으로 같은 기간 0.9% 줄었다. 주점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역전할머니맥주의 경우 가맹점당 평균 연매출이 2023년 4억 5331만 원에서 2024년 4억 3022만 원으로 5.1% 줄었다. 금별맥주 개맹점의 평균 연매출도 같은 기간 6억 3202만 원에서 5억 3202만원으로 15.8% 감소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술을 기피하는 경향이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는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알콜 도수를 낮추거나 무알콜 제품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관리·불황에 술 덜 마시는 대한민국=전국의 주점 수와 매출이 줄어드는 데는 과거보다 술을 덜 마시는 사회적 문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계속되는 불황으로 술자리에 돈을 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건강과 자기관리를 보다 중시하는 분위기까지 자리 잡으면서 주류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평가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24년 전체 주류 출고량은 315만 1371㎘로 전년 323만 7036㎘ 대비 2.65% 줄었다. 주류 출고량 감소는 음주량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5 주류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월 1회 이상 주류를 소비한 이들의 월평균 음주 빈도는 8.8일로 2023년(9.0일)보다 0.2일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음주량도 6.7잔에서 6.6잔으로 줄었다. 술을 마시는 이들이 음주 횟수와 양을 줄였다는 뜻이다. 질병관리청이 올 초 발표한 ‘국민건강통계’에서도 고위험음주(주 2회에 걸쳐 1회 평균 음주량이 여자는 5잔 이상, 남자는 7잔 이상)를 하는 이들의 비율은 2022년 13.4%에서 2023년 13.0%, 2024년 12.7%로 내려앉았다.
이처럼 주류 소비가 감소한 배경에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와 같이 달라진 음주 문화가 있다. 소버 큐리어스란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도 의도적으로 음주를 줄이거나 피하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와 맞물리며 음주를 멀리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자영업자는 “네다섯명으로 구성된 손님들 중 한 두 명은 술을 아예 마시지 않고 제로콜라 같은 탄산 음료나 무알콜 맥주를 주문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그나마 술을 주문한 손님들의 주문량도 과거와 비하면 절반 이상으로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경기 불황으로 식당이나 주점에서 1병에 6000원을 넘나드는 소주나 8000원에 달하는 맥주에 지갑을 여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주류업체 실적도 부진=이 같은 현상이 확산되면서 주류 업체의 실적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 4986억 원으로 전년(2조 5992억 원) 대비 3.9% 줄었다. NH투자증권은 생수 부문은 기존의 매출액을 유지한 반면, 맥주 부문과 소주 부문은 각각 8%와 2% 줄어든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81억 원에서 1723억 원으로 17.2%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롯데칠성도 사정은 비슷하다.
롯데칠성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 9711억 원으로 전년(4조 245억 원) 대비 1.3% 감소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주류 부문의 매출액이 7.5%나 줄면서, 음료 부문(-5.0%)보다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주류 부문의 영업이익은 347억 원에서 282억 원으로 18.8% 감소했다. 주류 부문의 영업이익률도 3.7%로, 전년(4.3%) 대비 쪼그라들었다.
증권가는 국내 주류 시장 위축으로 이 같은 실적 악화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외식 경기 둔화로 술을 판매하는 음식점은 물론 주점 폐업이 가속화된데다, 경기 침체로 필수소비재가 아닌 주류 소비를 먼저 줄이는 모습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전체 주류시장은 전년대비 5% 이상 역성장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소비쿠폰 지급에도 불구하고 주류 소비량은 감소했는데 가정용과 업소용 채널이 모두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주류업계는 무알콜·비알콜 제품을 출시하고 알콜 도수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테라 제로’와 ‘하이트 논알콜릭 0.7%’와 ‘하이트제로0.00’ 등을 내놨다. 롯데칠성음료와 오비맥주도 각각 ‘클라우드 논알콜릭’과 ‘카스 0.0’, ‘카스 올제로’ 등을 판매하고 있다. 소주의 경우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처음처럼’의 도수를 16.5도에서 16도로 낮췄으며, 하이트진로도 ‘진로’의 도수를 16도에서 15.7도로 낮췄다.
‘김연하의 킬링이슈’는 식품·패션·뷰티 업계의 주요 현안과 트렌드, 기업 전략, 시장 변화를 깊이 있게 전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관심 있는 독자들께도 유용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구독하시면 최신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소주도 맥주도 안 마셔요” 대기업들도 사활 걸고 매달린 50조 시장
2030이 ‘거지맵’에 자발적으로 갇힌 진짜 이유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