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트럼프’ 오르반 헝가리 총리 16년만에 퇴장
총선서 199석 중 55석 확보로 대패
‘마가’ 전파, 친 푸틴 행보
새정권, EU·나토 동맹 강화예고
입력2026-04-13 21:16
지면 27면
헝가리에서 장기 집권을 이어오던 오르반 빅토르 총리가 16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유럽 정치 지형에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정권 교체는 단순히 헝가리 내 정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수년간 확산돼 온 ‘유럽 우파의 퇴조’라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12일(현지 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서 97.74% 기준으로 야당인 티서당이 전체 199석 중 138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당인 피데스당은 5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2010년 집권 이후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며 러시아와도 각별하게 밀착해 온 오르반 총리도 퇴장하게 됐다.
티서당은 오르반 총리의 장기 집권의 폐단을 근절하겠다며 3분의 2선인 133석을 최종 목표로 제시해왔다. 개헌 등 정치·사회 시스템 개혁을 독자 추진할 수 있는 이른바 ‘매직 넘버’다. 티서당은 138석을 차지해 총선 승리를 넘어 강력한 정책 동력까지 확보하게 된 셈이다.
머저르 페테르 티서당 대표는 승리가 확정되자 “헝가리 국민은 유럽연합(EU) 가입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된 지 정확히 23년 만에 다시 한번 역사를 써냈다”며 “헝가리는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강력한 동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승리 정당에 축하 인사를 건넸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오르반 총리는 선거에서 4차례 대승하며 극우운동의 전위대 역할을 해왔다. 특히 오르반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유럽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자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오르반 총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힘을 실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헝가리 외무장관이 러시아와 EU 회의 내용을 논의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며 논란이 일었고, 부패와 경제난 심화도 타격이 됐다.
머저르 대표가 등극하면서 EU와의 관계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머저르 대표는 헝가리를 다시 신뢰할 수 있는 EU 회원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해왔으며 러시아에는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EU는 기금 운용의 투명성을 담보할 사법 독립성과 법치주의 등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년간 헝가리에 배정된 지원금을 동결해왔는데, 시장에서는 정권 교체 이후 동결 자금이 풀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유로화도 도입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