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향보다 한강 조망…원베일리, 지역 기준점 됐다”
■스콧 사버 SMDP 대표
타워팰리스 등 고급 주거단지 설계
햇빛 방향·산 위치 등 고유성 강조
건축 전 현장답사 고집…300번 방한
“건축 완성도가 주변 가치까지 좌우
주거는 삶이자 투자…일상 아울러”
입력2026-04-15 07:30
수정2026-04-16 09:41
지면 29면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남향’이었는데 이제는 모두 ‘전망 좋은 집’을 말합니다. 방향보다 조망을 우선시하는 인식 변화가 한국의 새로운 주거 물결을 이끌 겁니다.”
미국 시카고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건축·도시설계 스튜디오 ‘SMDP’를 이끄는 스콧 사버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의 주거변화가 현재 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국 주거 문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변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세계 모든 도시는 저마다 규제와 기술적 요구사항이 있지만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문화에 대한 주관적 반응”이라고 답했다. 사버 대표는 30여 년간 국내 수많은 건축설계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주거공간, 특히 아파트의 변천사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외부인이자 직접 그 변화를 이끈 인물 중 한 명이다. 1990년대 중반 서울 강남구 코엑스 확장 사업에 참여하며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고, 초고층 주상복합의 대명사가 된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로 고급 주거단지 설계에 뛰어들었다. 이후에도 서울을 대표하는 고가주택인 용산구 나인원한남,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등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또 서울 중구 명동 포스트타워와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등 상업·오피스 시설도 그의 손을 거쳤다.
2016년부터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과 부산 수영구 삼익비치 등 핵심 입지의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버 대표는 “50~60년 전 한국은 많은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는 일이 중요했고 성공적으로 이뤄졌지만, 이제 그 주택들이 수명을 다해가는 중”이라며 “차세대 주거 물결이 막 시작된 상황에서 앞으로의 주거 건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를 정의하고 보여주는 일이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처럼 외부의 시선을 가진 건축가의 참여가 의미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 건축가와 건설사가 자국의 문화와 규제, 시장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다면 우리는 세계적 흐름을 잘 안다”며 “서로 힘을 합칠 때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버 대표가 추구하는 좋은 건축은 장소가 가진 고유한 문화·역사·자연·삶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다. 해당 장소에서만 가능하고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좋은 건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건축을 완성하기 위해 그가 반드시 거치는 절차가 현장 답사이다. 숫자가 알려주지 못하는 진짜 이야기를 직접 보고 느끼고 발견하기 위해서다. 실제 그는 30여 년 동안 한국행 비행기만 300번 이상 탔다. 최근에도 서초구 신반포 19·25차 재건축 설계를 위해 단지를 방문했다는 사버 대표는 “햇빛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산과 강은 어디에 있는지, 지하철은 어떻게 타고 쇼핑은 어떻게 하는지 등 모든 세세한 면모가 그 장소를 고유하게 만든다”며 “건축은 그 장소의 성격 위에 쌓아올리는 것이기에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좋은 건축은 주변의 가치 상승도 이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사버 대표는 “좋은 이웃과 같은 건축이 들어서면 주변의 모든 것이 더 나아지게 된다”며 직접 참여한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저마다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나인원한남이 연결보다는 독립과 프라이버시를 강조했다면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주거·오피스와 공연·전시까지 혼합된 도시적인 매력으로 가치를 높였다”며 “또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아파트가 한강을 향해 돌아선 초기 프로젝트 중 하나로 조망과 커뮤니티의 가치를 단단히 새겨넣음으로써 지역 개발의 기준점이 됐다”고 말했다.
주택과 주거공간이 화려해지면 부동산 가치에도 반영된다. 좋은 설계는 과연 그 집값을 떠받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까. 사버 대표는 “당연히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집이 삶이냐 투자냐고 묻는다면 ‘둘 다’라고 답할 수 있다”며 “집을 고르는 것은 공간뿐 아니라 매일 걷는 동네, 이용하는 문화시설, 주고받는 사회적 에너지까지 함께 선택하는 일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삶을 완성하고 채워줄 때, 그 집은 비로소 진짜 ‘나의 집’이 되고 동시에 가장 ‘좋은 투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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