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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스팩도 몸집 키운다…거래소 ‘복수합병’ 검토

스팩 합병성공률 갈수록 떨어지고

상폐 요건 강화에 퇴출우려 확대

2개 이상 묶어 비상장사와 합병

시장성숙 공감대…선택지 넓힐듯

입력2026-04-14 17:40

수정2026-04-14 17:52

지면 19면
서울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한국거래소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합병 선택지를 늘리는 논의에 착수했다. 그동안 비상장사는 증권사가 만든 단일 스팩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증시 문턱을 밟았지만 앞으로는 복수의 스팩을 합병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요건이 상향되면서 스팩들이 무더기로 퇴출될 위험도 커지자 투자자 보호 필요성이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최근 스팩 합병 활성화 방안을 두고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코스닥에 상장된 스팩 2곳 이상을 합쳐 비상장사와 합병, 단일 스팩을 상장법인과 합병해 몸집을 키우는 선택지 등이 물망에 올랐다. 스팩 제도가 도입된 2009년 이후 전례는 없지만 상장 규정상 가능한 형태인 만큼 증권사들이 보다 유연하게 구조를 설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취지다.

논의 배경에는 스팩의 규모가 열위에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3월 발표한 ‘우리나라 스팩 시장 투자 백서’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합병을 추진 중인 스팩은 총 86건이다. 다만 절대 다수의 시가총액이 100억 원 수준이어서 통상 최대 10배의 가치를 지닌 비상장사와 합병을 추진하는 것을 감안하면 1000억 원대 기업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거래소의 강화된 심사 잣대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에 있다. 올해 2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안’에 따라 코스닥 상장폐지의 시가총액 요건은 200억 원에서 내년 1월부터 300억 원으로 상향된다. 거래소도 지난달 증권사 기업공개(IPO) 실무진을 대상으로 마련한 간담회에서 상장 후 주가가 급락하는 흐름까지 감안하면 새내기주의 시가총액이 최소 1000억 원은 넘겨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팩 합병 성공률도 떨어지고 있어 무더기 상장폐지로 이어질 경우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스팩의 설립 목적은 피합병 기업을 포착하는 데 있는 만큼 상장 후 3년 동안 적절한 기업을 찾지 못하면 자동으로 해산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합병 성공률은 2021년 65.2%에서 지난해 38.5%로 급감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스팩이 상장폐지돼도 투자자들은 원금 보장에 이자까지 확보할 수 있지만 합병 후 주가 상승 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잦은 해산은 스팩 투자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합병 성공률을 높이는 차원에서 유연한 조치들이 도입돼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맥락에서 PIPE(Private Investment in Public Equity) 거래 활성화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PIPE는 상장된 스팩이 사모 기관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유상증자로 미국에서는 널리 활용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상법상 허용되는 영역이지만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제약 탓에 유명무실한 장치로 남은 지 오래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복수의 스팩을 합쳐 규모를 키우고 PIPE를 활성화하자는 담론은 제도 도입 초기부터 논의되던 의제”라며 “국내 스팩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됐다는 공감대가 쌓이면서 기존과는 다른 방식들을 도입해보자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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