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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를 넘는 대덕의 딥테크 혁신 클러스터

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

입력2026-04-14 17:04

이민형

이민형

과학가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딥테크 혁신 클러스터를 묘사한 AI 이미지.
딥테크 혁신 클러스터를 묘사한 AI 이미지.

최근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플랫폼과 서비스 혁신 경쟁을 넘어 국가 안보와 첨단산업의 공급망 주도권을 결정하는 전략기술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그 핵심에는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우주, 에너지와 같은 딥테크 영역이 있다. 딥테크는 첨단 과학과 공학에 기반한 기술로 연구개발과 기술 성숙에 긴 시간이 필요하고 대규모 자본 투자가 요구되어 높은 위험이 수반된다. 그러나 일단 성공하면 신산업 창출에 의한 산업구조 재편을 주도하고 장기간 독점적 우위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들은 딥테크 혁신성과 확보를 위해 기존의 분산적 연구개발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 전략기술을 중심으로 한 집중 투자와 전주기 지원 체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딥테크 혁신의 핵심은 단순히 연구개발 성과창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의 병목점인 기술개발 성과를 실제 산업과 시장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가이다. 전략기술의 단순 기술이전을 넘어 경쟁력있는 딥테크 산업생태계가 구축되어야 기술패권 경쟁 기반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민간연구소들이 밀집된 대덕 지역은 지난 50여년간 과학기술 기반 연구개발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그동안 많은 투자에 비해 사업화 성과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최근 혁신성과가 큰 딥테크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강력한 혁신클러스터의 구축이 기대되고 있다. 반도체장비부품, 정밀소재부품, 바이오생명과학, 국방우주, 로봇 등과 같은 AI 시대의 핵심산업 분야에서 딥테크 기업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기업들은 성장성이 높아 코스닥 시총 상위 10대 기업 중 대덕 소재 4개 기업을 포함한 7개 기업(25년 8월 기준)이 대덕 관련 기업이다. 이러한 시장성과는 대덕이 연구집중 공간을 넘어 기술이 시장으로 연결되는 혁신클러스터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 대덕에서 창출하는 딥테크 혁신 성과에 대한 대내외적 관심과 정책적 평가는 높지 않다.

주된 이유는 아직 대덕 소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지배력이 부족해 인지도가 높지 못하고 혁신생태계의 역동성이 약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충분히 끌지 못하는 데에 있다. 여기에 딥테크 강국을 향한 국가 전략과 혁신생태계 정책이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을 재설정하기 위한 정책 전환 부진도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 대덕은 전략기술역량, 우수한 인재, 혁신 기업 등 기술 역량과 혁신 요소들이 우수해 딥테크 혁신클러스터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덕이 글로벌 수준의 딥테크 혁신클러스터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략기술 전략 전환과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딥테크 분야는 지식 생산이나 개별 기술개발 목표 달성이 아니라 산업과 시장 창출까지 나아가야 한다. 여기에는 민간의 빠른 회수를 전제로 한 벤처 투자와 달리 실패를 감내하는 공공투자를 통한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이 필요하다. 대덕에 부족한 인내 자본 확보와 초기 시장 확보를 위한 공공조달의 전략적 개입이 중요하다. 연구개발 중심 전략도 산업과 시장을 포괄하는 연구개발과 혁신을 통합하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글로벌 시장이 전략기술의 빠른 시장화와 선도기업 창출로 빠르게 전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공급 주도 사업화 모델에서 신산업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는 모델로 사업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중국이 15차 5개년 계획(2026년 3월)에서 전략기술 성과가 빠른 산업화를 통해 선도기업 창출로 이어지도록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단순 기술이전이나 창업 지원에서 벗어나 신산업 생태계 구축을 통한 글로벌 선도기업의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

셋째, 대덕의 출연연구기관과 딥테크 혁신클러스터 간의 개방과 연결을 강화하는 임무 중심 개방형 연구체계를 활성화해야 한다. 사업화에 필요한 실증, 인증 등 다양한 인프라의 연계 구축도 필요하며 대덕을 거점으로 주요 지역(AI 분야: 광주, 창원)의 혁신클러스터 연계 발전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혁신 공간정책의 개편과 출연연 분원의 전문화 및 임계규모화가 필요하다. 다만 출연연구기관의 자율적 연구 기반이 훼손되지 않도록 탐구와 활용의 적정 균형 유지가 중요하다.

넷째, 글로벌 딥테크 혁신클러스터가 등장하려면 연구개발에서 시장창출에 관련된 인재, 연구개발, 사업화, 실증·인증, 금융투자(인내 자본), 규제, 공공조달, 지역혁신(공간정책)을 포괄하는 통합형 정책 프로그램 추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정책, 기업정책, 산업정책 간의 유기적 결합이 필요하고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정책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 예산심의 위주의 과기혁신본부의 역할을 딥테크 기반 국가혁신성장의 주체로 역할 변화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기술패권은 혁신성장을 토대로 그 힘이 길러진다. 그래서 연구개발예산투자 증가와 함께 혁신전략과 정책의 설계 역량 및 실행이 중요한 시대이다. 즉, 연구개발 투자는 혁신을 통해 경제성장과 부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핵심 수단인 국가 차원의 혁신클러스터는 판교의 IT 플랫폼 클러스터외에 뚜럿한 변화가 없다. 대덕은 판교를 넘는 새로운 딥테크 국가혁신클러스터로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준다. 정부가 대덕을 중심으로 거대한 딥테크 혁신의 꽃을 피울수 있는 전략적 역량과 정책 능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이민형의 과학기술혁신 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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