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트럼프 전세계로 확산] 교황 조롱에 예수까지 자처…멜로니마저 “용납 불가”
교황 비난 후 예수합성 사진 게시
보수층서도 “신성모독” 십자포화
트럼프 “의사로 알아” 결국 삭제
CIA 前 국장 “제정신 아냐” 비난
‘유럽의 트럼프’ 헝가리 총리 대패
伊, 이스라엘과 방위협정 잠정 중단
종교·외교 등 안팎으로 고립 심화
입력2026-04-14 17:37
수정2026-04-14 23:33
지면 10면
종교부터 정치외교까지 좌충우돌의 행보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세계의 지도자로서 지켜야 할 금기마저 무너뜨리면서 반트럼프 물결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1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레오 14세 교황과의 갈등이 불거진 직후 예수의 이미지와 자신을 합성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게시했다가 12시간 만에 삭제했다. 흰옷과 붉은 천을 두른 트럼프 대통령 주변으로 광채가 나고 왼손에 환한 빛이 나는 무언가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주변에는 성조기와 자유의 여신상, 국조인 흰머리독수리 등 미국 상징물이 배치됐다. 그는 예수가 아니라 의사처럼 보이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브렌던 맥마흔 미시간대 미술사 교수는 “트럼프가 밝은 빛에 둘러싸여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예수를 치유자로 묘사하는 오랜 기독교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수 개신교 작가 메건 배샴은 “대통령이 재미있자고 한 건지 약물에 취했던 건지 모르겠고 이 터무니없는 신성모독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미국 국민과 하나님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2024년 대선에서 개신교 유권자, 이전에는 민주당 지지세가 높았던 천주교 신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바 있다.
유럽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레오 14세 교황은 범죄에 나약하고 외교정책에서는 형편없다’고 발언했는데 이는 용납할 수 없다”고 포화를 날렸다. 멜로니 총리는 다음날인 14일에도 “종교 지도자가 정치 지도자 말대로 하는 사회는 매우 불편할 것”이라며 이틀 연속 비판을 이어갔다.
이란 전쟁을 끌고가는 국면에서 잦은 말폭탄도 수위를 넘겼다는 평가다. 존 브레넌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1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직무 수행에 부적합하다”며 퇴진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브레넌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란의 문명을 파괴해 석기 시대로 돌려놓겠다’고 말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며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를 포함한 막대한 군사력을 통제하는 최고 사령관인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권한을 맡기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습에 대한 비난 여론도 국제사회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을 우회적으로 비난하면서 “저희는 법치국가를 원하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가치를 계속 수호하고자 한다. 미국의 이란 공습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력이 휘청이면서 유럽 정치 지형마저 달라지고 있다. 헝가리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승리한 머저르 페테르 티서당 대표는 첫 일성으로 “미국은 중요한 파트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노골적으로 밀착한 오르반 빅토르 전 총리를 밀어낸 그는 지지를 바탕으로 친유럽연합(EU)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헝가리 총선 결과에 대해 “백악관에는 좌절”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2006년 발효돼 5년 주기로 갱신되어 온 이스라엘과의 방위협정을 더 이상 갱신하지 않고 잠정 중단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멜로니 총리는 “현재 상황 때문”이라는 짤막한 이유를 댔지만, 이번 전쟁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자국 내 비판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에서 이탈리아 유엔 평화유지군 차량에 경고 사격한 데 대해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항의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강한 캐나다를 내세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자유당도 이날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자유당은 캐나다 연방하원에서 전체 의석 343석 중 171석에서 과반인 174석으로 늘었다. 캐나다가 다수당 정부를 구성하게 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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