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 근로자에 최저임금 적용”, 노사정 합의 거쳐야
입력2026-04-16 00:01
지면 31면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첫 전원회의를 21일 연다. 노동계에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전년 대비 2.9%에 그쳤다면서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노사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이번 최임위에서는 노동계가 주장해 온 배달라이더·택배기사 등 ‘도급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본격 논의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심의 요청서에서 “최저임금을 시간·일·주·월 단위로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도급제(또는 유사 형태) 임금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따로 정할지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밝혔다.
도급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은 최임위가 다수결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 등 도급 근로자는 시간이 아닌 건수 등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고 있다. 도급 근로자 유형과 근로조건 등이 천차만별이라 최저임금 산정 자체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더구나 최임위는 최저임금 수준을 심의·의결하는 기구일 뿐 근로자 범위를 확대해석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현재 법원은 도급 근로자가 사용자의 실질적인 지휘 감독을 받을 때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을 도급 근로자 전반으로 넓힐 경우 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최임위 공익위원들이 도급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와 방식은 최임위 권한 밖이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각지대 근로자들의 법적 기본권과 최저생계비를 보장한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비용 증가와 일자리 감소 등 ‘선의의 역설’을 부를까 걱정이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고용 개념과 형태가 급격히 바뀌는 마당에 낡은 ‘근로자 기준’을 모든 직종에 강요하면 혁신 산업의 싹을 틔우기 힘들어진다는 문제도 크다. ‘근로자 추정법’도 당정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사회보험료 폭탄과 연쇄 파산을 강요하는 사형선고”라고 아우성이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노동정책은 사회적 타협을 거쳐 시행하는 게 순리다. 최저임금 확대 적용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노사정 합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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