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어떤 ‘외부 압박’ 에도 당당한 한은 총재 됐으면
입력2026-04-16 00:01
지면 31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물가와 성장 간 정책 목표가 충돌할 경우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중동 사태에 대한 질문에 “오래 지속돼 기대 인플레이션과 근원 물가에 반영되고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면 그때는 반드시 통화정책의 역할도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한국은행법 1조 2항이 통화신용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물가 안정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칙에 부합하는 말이다. 신 후보자는 “신상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다”면서 “오로지 한국과 한국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신 후보자가 한은 총재에 취임하게 된다면 임기 초반부터 인플레이션 대응이라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할 것이다. 3월 수입 물가는 전월 대비 16.1% 급등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원유의 계약통화 기준 상승률(83.8%)은 1974년 1차 오일쇼크 이후 52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수입 물가 급등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도 어렵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집행에 나선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통화·재정정책 간 엇박자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문제도 큰 부담이다. 신 후보자가 지적했듯 마땅한 정책 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금융 안정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중동 전쟁이라는 외생 변수까지 겹친 지금의 정책 환경에서 불확실성 악재는 더 커질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과 경기 침체 속 금리 인상이라는 난제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경우 정치권이 확장 재정을 앞세워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거나 한은의 역할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 서민 경제의 어려움과 금융시장 불안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총재는 한은의 독립성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눈치를 보다가 통화정책의 적기를 놓치면 후폭풍이 증폭될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지낸 윌리엄 마틴이 “파티가 한창일 때 펀치볼을 치워야 한다”고 말한 것은 중앙은행장의 무거운 책무를 웅변한다. 신 후보자는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전제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이를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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