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란 협상 전략은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해협 봉쇄’ 으름장, 무력충돌 의지 없어
이란에 경제적 압박 ‘더 큰 합의’ 노려
‘현대화된 국가로 전환’ 설득이 관건
입력2026-04-17 05:00
수정2026-04-17 05:00
지면 31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의 1차 협상이 끝난 뒤 “대부분의 사안에 합의했지만 단 하나의 쟁점, 즉 핵 문제는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더 나은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상에 정통한 사람들과 최근 나눈 대화를 통해 판단하면 협상의 교착이 반드시 전쟁으로의 복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분명 압박 전술이지만 본질적으로 군사 전술과 다른 성격의 수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적인 무력 충돌에 대한 의지가 없다. 그의 목표는 이란을 경제적으로 압박해 크고 포괄적인 합의에서 다른 노선을 택할지 시험하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그것을 확대하라”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조언을 따른 것이다. 수주간의 집중 폭격 후에도 이란 정권은 여전히 건재하고, 핵 프로그램의 남은 결과물과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해운 교란 능력이라는 주요 카드를 쥐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티파니 합의’로 부를 법한 제안을 결심했다. 그것은 이란의 제재 해제를 포함한 경제적 혜택 패키지를 제시하는 대신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대리 세력 지원을 완전히 포기하라는 것이다.
이번 협상은 예상대로 J 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각자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강경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긴 시간의 논의 끝에 갈리바프 의장은 미국에 세련되고 전문적인 협상가이자 새로운 이란의 잠재적 지도자라는 인상을 남겼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다른 당국자들 역시 미래 권력 구도에 합류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각자 별도의 접촉 채널을 열고 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합격투기 리그 UFC 선수가 상대방의 목을 조르며 ‘탭아웃(항복 선언)’을 기다리는 것처럼 이란 경제를 더욱 강하게 압박하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시작한 이래 그 ‘항복’을 기다려왔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의 이 같은 과도한 낙관이 가장 큰 실수라고 평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전이나 다른 군사적 확전이 미국을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의 경고대로 중동에서의 전쟁은 시작하기는 쉽지만 멈추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백악관도 마침내 깨달은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할 경우 세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한다. 첫째, 이란 정권이 전복될 수 있는데 이 같은 결과는 폭격이 계속되는 동안보다는 멈춘 후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갈리바프 의장이나 다른 새 지도자가 미국이 제시한 새로운 미래로 가는 ‘황금 다리’를 건너기로 결단할 수 있다. 셋째, IRGC 강경파가 봉쇄를 돌파하거나 다른 공격을 감행해 미국의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내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기세등등한 이란이 군사 또는 테러 공격을 통해 자신들의 유리한 입지를 밀어붙이려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피하고자 했던 군사적 대결의 확전으로 내몰릴 수 있다. 그것이 미국의 협상단이 1차 협상에서 채택한 전략의 위험이다. 그들은 평화 합의를 얻기 위해 미국이 얼마나 큰 대가를 제공할 의사가 있는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조금씩 양보하고 받아내는 식으로 협상하지 않는다. 그는 작은 합의는 작은 결과만 낳는다고 믿는다.
그것이 미국 정부의 논리다. 이란이 미국의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면서도 성과를 더 크게 만들라는 것이다. 목표는 갈리바프 의장과 그의 동료들이 지역을 위협하는 혁명적 ‘대의’에서 벗어나 이웃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처럼 빠르고 수익성 있게 현대화할 수 있는 ‘진짜 국가’로 전환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이 같은 대의에서 국가의 궤적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이란과 중동을 안정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설명할 때 즐겨 쓰던 표현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복원된 세계(A World Restored)’에서 역사적으로 전쟁 뒤에 이러한 재편의 순간이 뒤따르곤 했다고 썼다.
세계는 과연 키신저가 말했던 전환점에 있는 것일까. 중동에 관해 이야기할 때 보통은 이 같은 희망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 쪽에 베팅하는 것이 현명하다. 지난 47년 동안 이란 지도자들은 나쁜 선택을 거듭해왔으며 종종 미국과 이스라엘 역시 이에 못지않게 나쁜 선택으로 맞대응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에서 전해진 회담의 분위기는 어쩐지 절대 불가능할 것 같으면서도 피할 수 없는 필연처럼 느껴지는 묘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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