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팹 멈추면 ‘30조+α’ 피해…“국가경제에 직격탄”
■위법쟁의 금지 가처분신청
인당 5.4억 성과급 제시에도 불수용
웨이퍼 폐기·첨단설비 오염 가능성
사측, 화학물질 누출 우려에 고육책
삼전 시총 1396조로 코스피 27.4%
2.5조 세수 증발…고객사 떠날 수도
“거시경제 전반 리스크로 직결될 것”
입력2026-04-16 17:44
수정2026-04-16 23:41
지면 13면
삼성전자(005930)가 노조 파업을 앞두고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불법 파업이 국가 경제와 반도체 산업에 미칠 타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측은 합법적인 파업권을 존중하되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불법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임금 협상 과정에서 벌어진 노사 간 입장 차이다. 사측은 교섭 타결을 위해 메모리사업부 기준 1인당 평균 약 5억 4000만 원(기준 평균 연봉의 600%)이라는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요구하며 이를 거부했다. 올해 영업이익을 250조 원으로 가정하면 약 37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노조 집행부는 “18일간 파업 시 30조 원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전 사업장 점거를 공언했고 파업 불참자를 색출하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사측은 노조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네 가지 위법행위인 안전보호시설 운영 방해, 장비 손상 및 원료 변질 방지 작업 중단, 주요 시설 점거, 쟁의 참여 강요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가처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삼성전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극단적인 점거나 시설 가동 중단이 불러올 대형 안전사고와 천문학적인 물적 피해다. 반도체 사업장은 유독성·가연성 가스와 강산 등 위험 화학물질을 대량 취급한다. 파업으로 방재·배기 시설이 멈추면 인근 지역사회까지 위협하는 화학물질 누출이나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설비 훼손에 따른 타격도 상상을 초월한다. 장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공정 중인 웨이퍼는 보안 작업이 중단되는 순간 비가역적으로 변질돼 전량 폐기해야 한다. 대당 최대 5000억 원에 육박하는 첨단 반도체 설비는 전원이 한 번 꺼지면 내부 오염 등으로 복구에만 수개월이 걸려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남긴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자본시장 충격 역시 선제 대응의 핵심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2026년 세계 최초 HBM4 양산을 앞두고 엔비디아·AMD 등과 주요 공급계약을 논의하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생산 라인 점거로 공급망이 흔들리면 엄격한 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핵심 고객사들이 대거 이탈해 대만 등 경쟁사에 시장 주도권을 내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증시 역시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이날 기준 삼성전자(1277조 4119억 원)와 삼성전자 우선주(119조 5533억 원)의 시가총액 합계는 1396조 9652억 원으로 유가증권시장(5106조 210억 원)의 27.4%를 차지한다. 461만 명에 달하는 소액·기관 투자자가 얽혀 있는 만큼 불법 파업으로 촉발된 대규모 손실은 개별 기업의 주가 하락을 넘어 국내 주식시장 전체를 패닉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 생태계 붕괴에 대한 우려도 크다. 올해 3월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328억 3000만 달러로 한국 전체 수출의 38.1%를 차지한다. 업계 추산대로 파업으로 5조~10조 원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최소 1조 2500억 원에서 최대 2조 5000억 원에 달하는 법인세 수입이 증발해 국가 재정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파장은 지역 경제로도 번진다. 평택캠퍼스 라인 한 개당 3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1700여 개의 1~3차 협력사가 연결돼 있다. 공장이 멈추면 대규모 고용 불안은 물론 평택 등 인근 지역 상권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측이 파격적인 보상안을 제시했음에도 불법적인 사업장 점거 등 극단적 투쟁을 예고한 것은 명분이 떨어진다”며 “국가 핵심 산업 시설의 훼손은 거시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직결되는 만큼 이번 가처분 신청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막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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