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에 혁신신약 가격 결정권 허용…韓과 격차 더 벌어진다
[혁신 치료제에 ‘인센티브’]
의약품 유형별 ‘분류 가격제’ 도입
수급 상황 등 반영 약가 책정 허용
제네릭은 가격 낮춰 ‘투트랙’ 전략
韓도 우대책 있지만 가산폭 제한적
SK 등 신약 개발에도 국내 미출시
입력2026-04-16 17:48
수정2026-04-16 23:42
지면 17면
중국 정부가 혁신 신약을 개발한 기업에 가격 결정권을 일부 허용하는 방식으로 약가 체계를 개편한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높은 연구개발(R&D) 비용과 위험을 반영한 ‘합리적 고가’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해 혁신 신약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의미다. 중국이 이미 글로벌 신약 개발 허브로 도약한 상황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와의 혁신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최근 ‘약품 가격 결정 메커니즘 개선안’을 발표했다. 의약품을 유형별로 나눠 가격을 책정하는 ‘분류 가격제’를 도입해 혁신 신약 출시 초기에 기업의 자율권을 일정 부분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신약 개발 기업은 △임상적 가치 △시장 수급 상황 △경쟁 환경 △사회적 부담 능력 등을 고려해 약가를 책정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정부는 이렇게 형성된 ‘합리적 고가’를 일정 기간 보장해준다. 반면 제네릭(복제약)에는 ‘유사 약 기준 가격’을 적용해 강한 가격 경쟁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혁신 신약에 강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신약 개발 기업의 투자 회수를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기존에는 중국 정부가 약가를 직접 통제했지만 앞으로는 시장이 가격 설정을 주도하고 정부가 이를 보완하는 구조가 된다. 중국 의료보험은 직접 가격을 정하는 주체에서 지급 기준 설정으로 가격을 유도하는 주체로 바뀐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약가 정책으로 ‘바이오 산업 육성’을 공식화했다고 받아들여 루이캉의약 등 기업의 주가가 1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미 임상시험 규제를 전면 개편해 글로벌 신약 개발의 핵심 기지로 부상했다. 특히 중국 정부는 2018년 임상 관련 ‘묵시적 승인’ 제도를 도입, 규제당국이 정해진 기간 내 반대하지 않으면 임상을 자동 개시하도록 해 임상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이처럼 신약 개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결과 중국에서는 지난해에만 76개의 혁신 신약이 출시됐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 기술수출 규모는 922억 달러(약 136조 원)를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기술수출 규모가 11조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중국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이는 국내 약가 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혁신 신약이라도 초기 약가 프리미엄을 거의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항암 등 치료 분야에서 비급여 의약품 시장이 극도로 작은 국내 여건상 제약·바이오 기업은 급여 제도에 편입될 수밖에 없고, 이때 정부의 강력한 가격 통제를 받는다. 보건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약가 우대 정책으로 약가 협상 시 일부 가산을 적용하지만 가산 폭이 제한적이라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서는 낮은 가격이 책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정책은 국내외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혁신 신약 출시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2020년 미국에 출시하고도 국내에서는 아직도 출시하지 않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동아에스티의 항생제 ‘시벡스트로’는 기존 약물인 ‘자이복스’ 대비 높은 복약 편의성과 낮은 부작용을 입증했으나 낮은 약가로 국내 허가를 취하하고 미국·유럽에서만 출시됐다.
혁신 신약을 국내에 출시하더라도 처방량이 늘어나면 일부 매출을 국가에 환급해야 하는 위험분담계약제도(RSA) 또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RSA는 고가의 신약을 건강보험 제도에 편입하는 재정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위험분담계약에 따라 2022년에 제약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환급한 금액은 3281억 원에 달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위험분담금 제도를 끼고 건보 급여를 받으면 이익은 거의 남지 않는다”며 “정부 제도가 국산 혁신 신약에 혜택을 주기는커녕 발목을 잡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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