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가 끊겼다”… 호르무즈 봉쇄, 7월엔 밥상까지 덮친다
비료 해상운송 3분의 1
호르무즈 해협 막혀
채소·곡물·육류 인상
美, 비료드는 옥수수 접고
중국은 비료 수출 통제
입력2026-04-17 06:37
지면 3면
세계 비료 해상 운송의 약 3분의 1을 담당하는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서 글로벌 식품 공급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봄철 파종 시기에 비료 공급이 끊겼다는 점에서 더욱 큰 우려를 자아낸다. 비료가 줄면 곡물 농사가 줄고, 곡물사료를 먹는 축산업도 타격을 입기 때문에 밥상물가에 타격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란 긴장이 길어질 경우 이르면 4분기 중으로 국내 농산물 소비자 가격에도 여파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엔(UN)은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로 비료 가격이 급등하자 비료를 우선적으로 운송할 ‘인도적 통로’를 만들기 위해 논의 중이다. 현재 통로 개설안은 마련됐으나 실제 실행을 위한 정치·외교적 합의는 불확실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UN은 이날 각국에 에너지 및 비료에 대한 수출 제한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비료 공급난은 에너지난과 결부돼 심각성을 더한다.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천연가스가 비료의 핵심 원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천연가스는 수소 생산의 원료로 사용되며, 이를 공기 중 질소와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만들고, 여기에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요소로 전환한다. 또한 유럽과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은 비료 제조 에너지원으로 저렴한 천연가스를 주로 사용해왔다. 천연가스 수급이 비료 생산 비용과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까닭이다.
유엔이 비료 문제에 조바심을 내는 또다른 이유는 비료 가격이 식량 가격, 나아가 기아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월드뱅크(WB)가 발표한 국제 원자재 가격에 따르면 비료의 주 원료인 요소 가격은 3월 톤당 725.6달러로 2월 472달러보다 1.5배 급증했다. 지난해 3월 395달러에 비해서는 1.8배 증가한 수치다. 비료의 또다른 주요 원료인 인산이암모늄(DAP)도 3월 미터톤당 658.3달러를 기록, 2월 626.5달러보다 40달러 이상 값이 올랐다. 이런 배경에서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이란 전쟁이 오는 6월까지 지속될 경우 이미 3억2000만 명에 이르는 기아 인구가 3억65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각국은 비료 수출 제한 등 긴급 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오는 5월부터 DAP 제조에 쓰이는 황산 수출을 중단할 예정이다. 중국은 분쟁 이전에도 이미 국내 공급을 보호하기 위해 인산염 수출을 억제하고 있었다. 러시아도 질소 비료의 일종인 질산암모늄의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이란 전쟁후 요소 가격이 50% 급등한 미국에서는 비료가 덜 드는 작물로 전환하는 농가가 벌써부터 늘고 있다. 미국 농무부가 매년 봄 발표하는 파종 의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옥수수 파종 진행률은 예전에 비해 느린 상황이며 파종 면적도 지난해보다 4% 감소한 9170만 에이커로 예상된다. 옥수수는 비료 사용량이 높은 대표적 작물로 식용과 사료용 수요가 큰데다 친환경 에너지 연료인 바이오 에탄올의 원료로도 사용돼 공급난이 우려된다. 마찬가지로 비료 소비량이 높은 상추와 토마토 등의 단기 작물 재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료용 곡물 가격이 오를 경우 고기와 유제품 등 축산품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시장에도 이르면 올해 4분기 중으로 여파가 닥칠 전망이다. 박지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해외농업관측팀장은 “비료뿐 아니라 비닐과 플라스틱, 파이프 등 석유화학 기반 제품들의 가격이 오르면서 농산물 가격 인상 요인이 늘어났다”며 “개별 농산물은 7~8월께,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 식품은 이르면 4분기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솔어빌리티는 “석유와 달리 비료는 전략적 비축량이 적으며 완충재도 없다”며 “비료 공급난이 이어질 경우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이 0.68% 하락할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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