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듣기

  • 글자 크기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기사 공유

  • 북마크

  • 다크모드

  • 프린트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여담·餘談] 경제 살리는 ‘조세 정의’

고광본 선임기자(부국장)

조세 회피 만연 속 공정 조세 필요성

인플레 감안 소득세 과표 현실화하고

‘구멍 숭숭’ 상속·증여세 허점 보완

벤처·부동산 세 개편, 성장 촉진해야

입력2026-04-16 18:40

수정2026-04-16 23:52

지면 30면
고광본 선임기자(부국장)
고광본 선임기자(부국장)

#국제결제은행(BIS) 경제고문 겸 통화경제국장을 지낸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최근 금리·통화정책의 구원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중동 전쟁’의 직격탄으로 환율 급등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큰 상황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그는 82억 원 이상의 신고 재산 중 절반 이상이 외화 자산이고 다주택자라는 점에서 이해 상충 이슈에 직면해 있다. 12년 전 모친 소유의 서울 강남 아파트에 갭투자해 20억 원 이상 평가차익을 올린 과정에서 증여 혜택을 본 것도 논란거리다. 그의 모친은 아들에게 집을 매도한 뒤 그 집에서 저렴하게 전세를 살다가 지난해부터는 아예 무상으로 거주 중이다. 신 후보자는 2년 전 영국 국적의 장녀를 이 아파트에 내국인으로 전입시켜 건강보험 혜택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는다.

#인기 연예인인 차은우 씨는 고액의 개인소득에 부과되는 높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모친 명의 1인 법인을 통해 소득을 분산해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받다가 세무조사를 받았다. 결국 200억 원대 소득세 추징을 통보받은 뒤 환급 등 조정 과정을 거쳐 약 130억 원을 최종 납부했다. 이는 연예인과 스포츠선수·고소득자들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중동 전쟁이 전 세계를 강타하는 상황에서 공직자와 연예인의 세금 문제를 꺼낸 것은 대외 충격이 커질수록 조세 체계의 공정성과 경기 대응 기능을 함께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은 개인·기업 등의 소비·투자·생산 결정 과정에 큰 영향을 준다. 올해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세법 개정을 큰 틀에서 모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나 가업승계와 별 관련이 없는 분야 등의 세제 정비를 주문해 관심을 모은다.

우선 ‘유리지갑’으로 통하는 직장인의 근로소득세를 높은 물가와 연동해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해야 한다. 조세 저항이 적다는 이유로 실질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은 직장인에게 ‘증세 아닌 증세’ 부담을 안기는 것은 불합리하다. 차제에 복잡한 근소세 공제 체계도 손봐야 한다.

상속·증여세에서도 허점이 많다. 상속세의 경우 총재산을 묶어 과세하는 반면 증여세는 수증자별로 과세해 상속세 부담이 높다. 상속인 각자가 실제 취득한 몫을 기준으로 내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제 체계 역시 복잡해 세무 전문가를 잘 쓰는 쪽만 유리해진다.

또 기술 기반 기업의 가업승계를 위한 상속세 부담 완화는 바람직하지만 ‘무늬만 베이커리 카페’나 주차장 사업 등에 대한 혜택 부여는 탁상행정의 결과다. 오너 중 증여 이전 회사의 주가를 낮게 관리하고 가족법인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를 지속하는 것도 높은 상속세 부담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들여다봐야 한다. 상속 주식을 일정 기간 대학이나 국가 연구소에 위탁해 그 배당금을 연구개발(R&D)에 활용하게 하는 상속인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감면 혜택을 주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그림과 골동품 등을 통한 상속·증여의 경우에는 과세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집행이 쉽지 않다. 가상자산(코인) 이전도 해외 거래소 계정이나 개인 지갑 등을 이용하는 경우 막기 어렵다. 코인 매매 과세도 2023년 도입하기로 했다가 내년 1월 시행으로 미뤄진 상태인데 더 이상의 유예는 안 된다.

무엇보다 잠재성장률이 2040년대 0% 안팎으로 떨어질 것(한국개발연구원)으로 우려돼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세제 정비가 절실하다. 스톡옵션 행사 시 근로소득세 부담이 높아 장기근속을 저해하고 기업 회계 상 비용으로 처리되는 문제도 바꿔야 한다. 기타소득세(22%)를 내려고 퇴직하는 사례도 나오는 현실이다. 부동산의 경우 보유세를 현실화하면 거래세 인하 등 균형을 맞춰야 하지만 (초)고가 주택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제한을 두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제 정의와 활력 제고를 위한 조세 정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다음
이전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