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벗어난 ‘반도체 성과급’ 곱씹어 봐야
입력2026-04-17 00:05
지면 31면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과반 노조 지위 확보를 공식 선언하고 40조 원 이상의 성과급 지급을 또 압박한다고 한다. 23일에는 평택캠퍼스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성과급 등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겁박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가입자는 7만 5000여 명이다. 반도체 부문은 그중 80%인 5만 5000여 명을 차지한다. 노조는 올해 예상되는 반도체 영업이익 270조 원 중 15%인 40조 5000억 원을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메모리 부문 직원은 1인당 평균 6억 2000만 원의 성과급을 받는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한 SK하이닉스를 참고한 듯하다. 올해 190조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SK하이닉스가 19조 원의 성과급을 지급하게 된다면 직원들 평균 성과급은 5억 6000만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노조의 사고방식은 기업 경쟁력과 주변의 시선은 생각하지 않고 ‘내 배만 불리면 된다’는 식의 단견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성과급 40조 원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 투자비 37조 7000억 원을 웃돌고 400만 명의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 11조 1000억 원의 4배에 달한다. 2016년 삼성의 하만 인수(9조 원)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10조 3000억 원) 등 굵직한 인수합병(M&A) 규모와 비교하면 노조의 요구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수출과 경상수지·고용·법인세 등 모든 부문에서 우리 경제 전체를 지탱하다시피하는 핵심 기업이다. 정부가 세제 혜택과 용수·전력 등 인프라 지원에 나서고 국회가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켜 경쟁력 제고에 힘을 실어준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 직원들의 노력과 땀에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조가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초격차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은 곱씹어 볼 문제다. 삼성전자 사업부 간 갈등과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상대적 박탈감,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 등을 고려한 노조의 이성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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