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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흑자 1%P 늘어도 환율 0.65%↑…민간 달러자산 확대 영향

민간 해외투자, 외환보유액의 3배

“달러 비싸도 산다”…미국 자산 쏠림

고령화發 저축 증가도 원화 약세 압력

신흥국 수준 환율 민감도…시장 선진화 시급

입력2026-04-17 06:00

수정2026-04-17 10:28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도 원화 강세로 이어지던 전통적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민간의 해외자산 축적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기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고착화된 영향이다.

외환시장의 얕은 거래 기반도 이런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수출 호조에도 원화 강세로 이어지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한은은 17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대외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서 환율 결정 구조가 수출 중심의 ‘상품충격’에서 자본 유출에 따른 ‘금융충격’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상품충격은 수출 증가로 달러가 유입돼 원화 강세로 이어지는 구조다. 금융충격은 해외 투자 확대로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오르고 경상수지 흑자까지 확대되는 구조를 뜻한다.

실제 2015년 이후 자본 순유출 국면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가 1%포인트 확대돼도 실질환율은 평균 0.65% 상승했다. 2023년 2분기 이후에도 경상흑자 확대와 환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구조 변화의 중심에는 대외자산 축적 방식 변화가 있다. 2014년 순대외자산국 전환 이후 해외 자산 축적 주체가 공공에서 민간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대외자산 2조 8752억 달러 가운데 준비자산 비중은 14.9%로 줄었고, 민간 증권투자는 44.1%로 외환보유액의 3배 수준이다.

미국 자산 쏠림도 뚜렷하다. 해외 증권투자의 63%가 미국에 집중돼 선진국 평균(25%)의 2.5배에 달한다. 한은은 “환율 수준과 관계없이 해외 자산 수요가 지속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달러가 비싸도 사는’ 수요가 환율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고령화도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 순저축률은 2000년대 평균 2.4%에서 최근 6.1%로 상승했다. 저축 수요 증가만으로도 실질환율을 약 12%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외환시장의 낮은 유동성도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GDP 대비 외환거래량 비중은 약 3.3%로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다. 참여자가 적은 시장에서는 소규모 자본 이동에도 호가가 크게 흔들리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금융 충격 발생 시 환율 반응 계수는 한국이 0.65로, 일본(0.38)의 1.7배, 미국(0.07)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이 준 선진국임에도 신흥국 평균(0.71)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한은은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동일한 크기의 금융 충격에도 자국 통화 가치가 더 크게 절하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단기적으로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세계국채지수(WGBI)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통한 자본 유입 기반 확충과 투자자 다변화가 환율 변동성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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