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대출연장 중단…1주택자 규제 과속 않기를
입력2026-04-18 00:01
수정2026-04-18 05:18
지면 23면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17일부터 전면 중단됐다. 올 2월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 취득에 금융 혜택까지 주는 것은 문제”라고 직격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약 1만 7000가구가 보유한 총 4조 1000억 원 규모의 만기 일시 상환 대출 연장이 가로막히게 됐다. 임차인이 있는 등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가 인정되지만 자금줄이 막힌 다주택자가 매물을 시장으로 쏟아내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관측이다. 다음 달 9일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도 종료된다.
‘부동산 투기공화국 탈피’를 핵심 국정 과제로 꼽는 정부의 규제 칼날은 이제 1주택자를 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X(옛 트위터)에 “세제·금융·규제 정상화를 통한 부동산 투기 제로 구현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규제 강화를 검토한다는 기사를 첨부했다. 이 대통령은 실거주용 1주택은 보호하되 투기∙투자용으로 소유한 1주택에 대해서는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하게 만들 것”이라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제는 비거주 1주택 중 ‘투기 목적’을 정확히 선별할 수 있느냐다. 이 대통령은 불가피한 사유로 인한 일시적 비거주는 규제에서 제외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직장, 자녀 교육, 부모 봉양 등 투기로 보기 어려운 사정이 워낙 다양해 명쾌한 기준을 세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칫하면 억울하게 ‘투기꾼’으로 몰려 불이익을 당하는 실수요자가 양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거주 1주택자 규제가 ‘전세의 월세화’를 한층 가속화해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불안을 증폭시킬 우려도 크다.
부동산 투기 근절은 국민 주거 안정과 양극화 해소, 경제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하지만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투기꾼’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섣부른 규제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다가는 뜻하지 않게 실수요자 보호와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취지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선의의 피해자를 낳고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는 1주택자 규제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을 왜곡시키고 정책 신뢰도를 훼손할 뿐이라는 역대 정권의 뼈아픈 교훈을 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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