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전쟁통에 기름값 잡으려다 나랏빚 쌓일 수도”…섬뜩한 경고 살펴보니
입력2026-04-17 22:03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각국이 긴급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부채 리스크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15일(현지시간) NYT에 따르면 주요국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에너지 보조금, 현금 지급 등 긴급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각각 18억달러(약 2조6000억원), 11억8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유류세를 2개월간 인하하기로 했다. 캐나다 역시 17억달러(약 2조5000억원)의 세수 감소를 감수하고 유류세를 한시 중단한다.
호주는 약 2억9000만달러(약 4300억원)를 들여 유류세를 낮췄고, 그리스는 저소득층 운전자 등을 대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연료 패스’를 포함한 3억5400만달러(약 5200억원) 규모의 긴급 패키지를 가동했다.
이들 국가를 포함해 수십 개국이 세금 인하와 보조금, 현금 지원 등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 충격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빚’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재정 정책은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필요한 곳에는 지원을 제공하되 재정을 한계 상황으로 몰아넣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NYT는 각국 정부가 대규모 지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을 늘릴 경우 전쟁으로 인한 단기 충격이 장기적인 재정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동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더라도 에너지와 비료, 원자재 공급망 충격은 수개월에서 수년간 이어질 수 있어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압력이 동시에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추가 재정 지원 요구 역시 점점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각국의 대응 여력도 과거보다 크게 약화된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대규모 재정 지출을 이미 단행한 탓이다. IMF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공공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94% 수준에 달한다. 2029년에는 10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세계 경제 성장세는 견조했지만 재정 건전성 회복하는 데는 의미 있는 진전이 없었다”며 “많은 국가에서 재정적자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부채와 이자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 압박이 구조적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유럽은 고령화 대응 비용과 저탄소 전환 투자, 국방비 확대라는 삼중 부담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무역 동맹 분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 국채를 민간 투자자에게 의존하는 금융 구조까지 겹치며 재정 리스크 요인이 복합적으로 누적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같은 맥락에서 ‘선별적·일시적 지원’을 주문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14일 “지원은 일시적이고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EU 집행위 역시 각국의 긴급 조치에 명확한 종료 시점을 설정하도록 협의 중이다.
이번 전쟁은 이미 정부의 이자 부담도 키우고 있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 전망이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 정부가 14일 발행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92%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