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해협안정 관리 매커니즘, 국제사회 모색”…통항 위한 연대 강조
■호르무즈 해협 정상회의
49개국 국제공조 기틀 모색
포스트 중동전쟁 韓 역할 강조
군사·외교협의 모두 참여 힘보태
韓, 이란과도 양자 협의 이어가
입력2026-04-17 23:00
수정2026-04-17 23:26
지면 3면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한 호르무즈해협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해 자유로운 항행 보장을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강조했다. 이날 정상회의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49개국을 비롯해 2곳의 국제기구가 참석한 가운데 90분 동안 진행됐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회의에 직접 참석하고 이 대통령을 비롯한 아시아·중동 국가 정상들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기대를 모았던 중국과 일본은 비정상급 관계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은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화상 참석 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발언했다고 전했다. 전 대변인의 따르면 이 대통령은 “공공의 자산이자 글로벌 공급망을 지탱하는 핵심축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전세계 에너지, 금융, 산업, 식량안보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해협의 안정을 위한 관리 매커니즘을 국제사회가 함께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유가와 공급망이 크게 흔들렸고 에너지 안보는 단순한 경제 현안을 넘어 국가 생존과 직결된 전략 과제로 부상했다. 이를 염두에 둔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의 약 70%를 수입하는 핵심 이해당사국”이라며 “해협 내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기여를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중동 전쟁이 종전되거나 장기 휴전에 들어갈 경우, 호르무즈 해협 운송의 안전한 재개에 필요한 기뢰 제거, 선박 호위 등에 우리나라가 적극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참석국 역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상황 평가와 함께 종전 후 해협 내 항행의 자유와 안전을 확보하고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외교적·군사적 협력을 증진키로 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프랑스가 주도해온 ‘군사 중심’ 논의와 영국이 이끌어온 ‘외교 중심’ 논의의 실무 협의에 모두 참여하며 국제 공조에 힘을 보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프랑스 주도 회의에는 한국 합참의장과 합참 관계자들이 꾸준히 참석했고 영국 주도 회의에도 외교부 차관보 등이 함께했다”며 “두 흐름이 결합되는 단계의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 공조가 보다 구체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대변인은 “앞으로도 정부는 자유로운 국제 통항 원칙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주도적으로 동참함으로써 우리 국민의 일상이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통적인 안보 틀과 달리 유럽이 주도하는 다자 협력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포스트 중동 전쟁 국면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글로벌 현안 해결에 기여하는 ‘중견국 외교’의 공간이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번 회의에서도 ‘방어적 임무’와 ‘비교전국 중심 참여’를 강조하며 전쟁 개입은 피하되 해상 통제 질서 유지에는 관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내놓은 메시지도 이번 회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세계 평화와 국제 규범, 인권 보호 같은 보편적 가치를 외면할 수 없다”고 밝히며(16일 수석보좌관회의) ‘보편적 인권’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로운 항행 문제를 단순한 해상 안보나 에너지 수송의 차원을 넘어 국제 규범과 가치의 문제로 끌어올림으로써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넓히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정부는 다자 연대와 별개로 호르무즈해협에 묶인 한국 선박 26척의 안전 확보를 위해 이란과의 소통도 병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정병하 외교부 장관 특사를 이란에 파견했으며 정 특사는 현지에 장기 체류하며 양자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도 이날 회의에서 “우리 국민들을 포함해 해협 안에 발이 묶여 있는 선원들의 안전과 건강이 충분히 보장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안전을 최우선시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봉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선박이 홍해를 통해 원유 운송을 한 것과 관련해 이날 X에 “관련 부처들이 원팀으로 움직이며 이뤄낸 값진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철저한 대응과 빈틈없는 준비로 국민의 삶과 국익을 지켜내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