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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원유 확대 불가피”, 중동 원유 ‘디리스킹’ 착수를

입력2026-04-20 00:02

수정2026-04-20 00:02

지면 31면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 선박 한 척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 선박 한 척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이란 전쟁 종전 이후에도 원유 공급망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것인 만큼 미국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여러 번의 중동 전쟁을 겪고도 싸고 빨리 가져올 수 있다는 경제 논리에 밀려 다변화에 실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은 “중동산 의존을 낮추는 과정에서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미국의 비중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한 과정”이라며 미국산 경질유와 중동산 중질유의 혼합 사용을 예고했다.

수입 원유의 70%를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들여오는 우리나라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 때마다 심각한 ‘에너지 홍역’을 치렀다. 원유 구입을 미국 등 다른 국가로 늘리겠다는 김 장관의 중동 원유 ‘디리스킹’ 구상은 달라진 시대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필수적인 선택이다. 필요한 양만 제때 들여오는 과거의 ‘저스트 인 타임’ 방식은 이제 한계에 달했다. 중동 전쟁에서 확인됐듯이 수입 국가를 분산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저스트 인 케이스’ 전략으로의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비중동 국가로의 수입선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특히 미국 원유의 수입 확대는 단순히 공급망 하나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갈수록 거세지는 미국의 관세 압력을 누그러뜨리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기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과 환율 조작국 지정 근거로 삼는 대미 무역 흑자 문제를 다소 완화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원유 수출이라는 명분을 주고 우리는 공급망 강화와 통상 압력 완화라는 실리를 챙기는 묘책일 수도 있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정유사들은 중동산 중질유에 맞춰 온 설비투자에서 벗어나 미국 셰일오일 등 경질유 분야로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정부는 투자세액공제 확대와 공급망안정화기금 우선 적용, 정책금융 저리 대출 등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공급망 다변화의 안착을 위해서는 더 정교한 비중동 원유에 대한 운송비 차액 지원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원유·천연가스 복합 터미널과 유조선 수용 항만 등 인프라 투자도 적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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