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리 창시자가 기억하는 스티브 잡스...“반대 의견에 열려있던 사람”[김창영의 실리콘밸리Look]
■시리 공동 창업가 애덤 샤이어 인터뷰
“애플은 50년동안 삶 놀랍도록 만들어”
“33년 전 모두 비서 가진 세상 생각했다”
“AI가 빈곤 해결 못해...집단지능은 인간 몫”
입력2026-04-20 05:41
수정2026-04-20 13:40
지난 4월 1일(현지 시간) 애플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 애플 박물관이 개관하고 창업주인 고(故) 스티브 잡스를 테마로 만든 1만 달러(1500만 원)짜리 커스텀(맞춤형) 아이폰이 판매되는 등 곳곳에서 애플 반세기 역사를 기념하는 축제가 펼쳐졌다.
하지만 애플은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시리’로 AI 시대의 문을 열고도 오픈AI·앤스로픽 등 새로운 AI 강자 출현 이후 AI 통합에 고전하고 있다. 잡스가 세상을 떠난 후 팀 쿡 최고경영자(CEO) 체제에서는 폴더블 폰 등으로 무장한 삼성전자와 중국 후발 주자들의 혁신에 디바이스 변화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엔비디아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빼앗긴 지 오래고, 구글(알파벳)의 거센 추격에 시총 2위 자리도 위태롭다. 애플 내부적으로 시리 개발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코딩 교육 과정을 다시 밟도록 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15년 전 잡스와 함께 애플 시대를 열었던 주역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서울경제신문은 최근 시리 공동 창업자인 애덤 샤이어를 만나 사람들이 여전히 잡스의 혁신을 그리워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AI 시대에 애플의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주요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Q. 애플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애플의 50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A. 애플은 훌륭한 기업이다. 애플은 놀라운 제품들을 세상에 선보였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상상도 못한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 혁신을 이뤘다. 수십억 명의 사람들의 삶을 놀랍도록 만들었다. 그들의 문화와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을 존경한다. 제 인생에서 일해 본 기업 중 최고 중 하나다. 그곳에서의 시간을 정말 사랑한다.
Q. 스티브 잡스 체제의 애플, 팀 쿡 체제의 애플을 비교한다면
A. 나는 스티브 잡스 밑에서 약 18개월 일했다. 팀 쿡과는 9~10개월 정도 함께 했다. 그래서 잡스 시대를 좀 더 잘 알고 있다. 두 사람은 매우 다르다. 잡스는 제품 중심의 CEO인 반면 팀은 운영 중심의 CEO다.
두 사람 모두 중요하지만 나는 잡스가 만든 애플이 상징적이라고 생각한다. 쿡 체제의 애플은 성공을 확장했지만 모든 사람들의 기술 현실 변화 부문에서는 덜 기여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잡스 시절의 애플이 더 혁신적이고 더 성공적이었을지도 모른다.
Q. 잡스와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기억나는 일화가 있는지
A. 우리는 시리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 내가 잡스에게 배우고 가장 존경하는 점은 그가 항상 반대 의견에 열려 있었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똑똑하고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만 잡스는 옳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옳은 결정을 내리기를 원했다. 이 차이는 미묘한 언어의 차이다.
잡스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찾고 싶어 했다. 어쩌면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옳은 결정을 내리기를 원했고, 올바른 일을 하고 싶어 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매우 관심을 가졌다. 자신의 의견을 논리와 데이터로 뒷받침하지 못하면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쏘아붙였지만, 반대로 논리와 데이터로 잘 방어하면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당신이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을 바꾸는 데 열려 있었다. 그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잡스의 특징이었다.
Q. 애플이 시리 기반 AI 인텔리전스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조언을 해준다면
A. 나는 여전히 애플이 AI 분야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을 쓰고 있고, 애플은 다른 어떤 회사보다도 개인정보 보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AI는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애플이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는 비서를 가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애플은 시장에서 몇 차례 실패를 겪었고 점점 실수해도 될 시간이 없다. 그들은 이제 매우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사람들이 AI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아직 정의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경쟁에서 아직 승자는 없으며 그 경쟁에서 이기는 회사가 앞으로 10년간 가장 중요한 기술 회사가 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인터넷을 시작할 때 검색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AI가 강화된 포털을 사용할 것이다.
애플도 여전히 그 길을 차지할 수 있다. 그들에게 나를 찾아와서 이야기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줄 것이다. 누가 다음 인터넷의 관문이 될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Q. 애플을 떠난 뒤 음성 AI 플랫폼인 비브 랩스를 또 창업했다. 시리와 어떻게 달랐나
A. 시리에는 두 단계가 있었다. 첫 번째 단계는 아이폰이 출시되었을 때다. 10~15개의 훌륭한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었고 그 경험을 찾는 시기였다. 두 번째 단계는 아이폰이 앱 스토어를 개방했을 때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꿨다. 전 세계 모든 비즈니스가 웹처럼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그들은 웹과 앱을 모두 갖게 됐다. AI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비브랩스의 생각이었다.
아이폰과 비슷한 새로운 인터페이스였지만 앱 스토어 같은 것이 필요했다. 전 세계 파트너사들이 함께 구축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기술을 설계했고, 기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로 출시됐다. 오늘날 AI와 비교해도 여전히 매우 관련성이 높고 진보된 기술이라고 본다. 우리는 동적 프로그램 생성이라고 부르는 것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0.05초 안에 답변이 나오는 방식이었고 요즘 AI와는 달랐다.
0.05초 안에 제3자 에이전트를 오케스트레이션(조율)하고 기술을 통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했다. 이를 중심으로 마켓플레이스(시장)을 구축해야 했는데 이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마켓플레이스를 만들려면 콘텐츠·서비스·사용자가 모두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성장시켜야 하는데 당시에는 시장을 충분히 넓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삼성은 비브 랩스를 인수해 빅스비(삼성 AI 음성 비서)를 개발했다. 당시 삼성은 스마트폰·TV·냉장고 등 5억 대의 기기를 갖고 있었다. 나는 기회를 놓친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삼성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삼성과 함께 빅스비 위에 복잡한 AI 모델들을 통합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Q. 지금 AI 한계는 무엇인가
A. 33년 전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는 모두가 비서를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서에게 ‘이것 알려줘. 저것 알려줘’라고 말할 수 있도록 되기를 원했다. 그 비서는 여러 컴퓨터의 서비스와 협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꿈이다.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있는 AI가 있다. 하지만 조율과 실행 면에서는 매우 불만족스럽다. 모든 제공자가 어떻게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현재는 그런 모델이 없다. 더 나은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질문을 하고 답을 받는 것은 괜찮지만 데이터 기반으로 협력적인 결정을 내리기에는 적합한 형식이 아니다. 채팅은 올바른 경험이 아니다. 올바른 경험은 무엇일까. 우리는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많은 부분이 부족하고 답답하다.
요즘 추론 시스템이 있지만 매우 느리고 시뮬레이션 할 수 없다. 아마도 얀 르쿤 같은 사람들이 개발 중인 월드모델이 결과를 내다보고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는 더 나은 도구를 제공할 지도 모른다. 사람은 오케스트레이션(조합) 과정을 거치지만 AI는 일반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케스트레이션은 계획하고 추론하고 서비스를 호출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보안·접근 제어·인증·트랜잭션 경계 측면에서 훨씬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AI는 이들 중 어느 것도 잘 처리하지 못한다. 지금 시작 단계에 있지만 훨씬 더 발전해야 한다.
Q. 삼성전자·애플·구글·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앤스로픽 등 많은 AI 기업들이 있다. 누가 승리할까
A. AI는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AI에서 중요도는 연산 하드웨어, 기반 기술, 애플리케이션 순이다. 기기 자체도 어느 정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혁신적인 기기가 등장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바뀌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와 그에 맞는 컴퓨팅이 필요하다. 앞으로 혁신은 소프트웨어 계층, 애플리케이션, 운영체제에서 더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에는 AI 운영체제(OS)라고 부르는 적절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웹과 앱 중심에서 AI 세상으로 전환할 수 있는 큰 기회가 있다. 이것은 별도의 기기나 별도의 경험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올바른 방식을 찾아야 한다.
AI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므로 최종 소비자 시장에서 누가 이기든 컴퓨팅이 승리할 것이다. 따라서 엔비디아와 하드웨어 컴퓨팅 회사들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수준에서 필수적이고 잘 될 것이다. 이 분야는 아직 열려 있다. 애플·삼성·오픈AI·구글·앤스로픽 등 모두 경쟁자다.
AI 경쟁을 통해 메이저(Major)와 마이너(Minor)가 남을 것이다. 항상 그런 법이다. PC 시대를 생각해보면 원래는 IBM과 MS가 메이저 세력이었고, 애플이 대항(counterculture)했다. 다음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MS가 메이저 세력이었고, 넷스케이프가 대항자였다. 지금은 iOS와 안드로이드가 있다.
Q.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앤스로픽이 AI 사용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AI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안보 가운데 무엇을 더 중시해야 할까
A. 일부 국가들, 특히 독재 국가들은 시민 감시를 선호하지만 적어도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자유와 사생활을 가져야 한다. 자유와 해방을 기반으로 한 미국인의 기본이다. 이것은 분명해야 한다.
다음으로 AI 모델들이 전쟁에 사용될 만큼 충분히 좋지 않다. 인간 통제 없이 자율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누가 알겠는가.
누구든지, 어떤 미국 회사라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영원히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현 상태는) 신뢰할 수 없다. 미국인들은 대규모 감시에 동의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 헌법에 명시돼 있다.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 자체가 답답하다. 논란이 되어서는 안 되는 말들이다.
Q. 사람들이 AI 일자리 대체를 두려워하는데
A. AI가 일자리를 바꿀 것이다. 모든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으로서 새로운 기술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한다.
Q. 지금은 어떤 일에 관심이 있나
A. 내 커리어에서 관심을 가져온 두 가지 큰 주제가 있다. 하나는 AI와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개인의 작업 수행 능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다. 시리·비브랩에서 한 일이 관련된다. 다른 하나는 제가 집단 지능이라고 부르는 주제다. 나는 AI가 집단 지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기후 변화·오염·기아·빈곤·사회 정의 등 많은 문제들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 AI와 기술 도구의 지원을 받는 인간이 어떻게 함께 이같은 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나는 글로벌 청원 플랫폼인 체인지(Change.org)를 포함해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 플랫폼은 5억 7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제안하는 플랫폼이다.
AI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AI가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인간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 정부·비영리 단체·과학자들처럼 말이다. 우리는 모두 함께 모여 특정 문제에 집중해서 일해야 한다. 구글과 기업이 훌륭한 일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애덤 샤이어는 애플 AI의 근간이 되는 시리(Siri)의 아버지로 통한다. 샤이어, 대그 키틀라우스, 톰 그루버가 시리를 공동 창업했다. 2017년 CNBC 보도에 따르면 2010년 2월 애플 스토어에 시리 앱이 출시된 지 2주 만에 잡스가 시리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집으로 초대했고, 이 자리에서 시리 인수를 제안했다고 한다. 애플은 두 달 후 시리를 2억 달러가 넘는 돈을 주고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는 2011년 10월 4일 아이폰에 탑재돼 출시됐다. 잡스는 그 다음날 세상을 떠났다.
샤이어는 애플에 합류해 잡스와 18개월 간 호흡을 맞추며 엔지니어링을 관할하다가 2012년 애플을 떠났다. 이후 AI 음성 비서를 개발하는 비브 랩스를 공동 창업한 뒤 2016년 삼성전자 매각했다. 샤이어는 비브 랩스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삼성과 4년간 일하면서 2017년 삼성 AI 비서인 ‘빅스비’ 출시를 함께 했다. AI 음성 전사 서비스인 ‘오터(Otter.ai)에 기술 조언을 해주는 등 현재까지 AI 시장에 큰 영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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