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선긋더니…美, 이번엔 UAE와 통화스와프 논의
■ 아르헨 이은 ‘선택적 체결’ 논란
이란전 장기화에 달러 수요 커져
유동성 경색 우려 갈수록 확산
한국 대응 필요성 다시 떠올라
신현송 21일 취임…돌파력 주목
입력2026-04-20 17:02
수정2026-04-20 21:14
원유 부국(富國)인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에 통화스와프 체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화된다면 지난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200억 달러(약 29조 5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후 두 번째 통화스와프 체결이다. 우리나라의 통화스와프 요청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어오던 미국이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입맛대로 잣대를 바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칼레드 모하메드 발라마 UAE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워싱턴을 방문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및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관계자들과 만나 통화스와프 구상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UAE는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달러 유동성을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스와프는 두 나라가 각자의 통화를 특정 기간 내에 미리 정한 환율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한 계약이다. 달러가 급한 나라들에는 일종의 구명줄로 통한다. 자원 부국인 UAE가 달러 확보에 나선 것은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 자금까지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UAE는 이미 사모 방식 채권 발행을 통해 40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중동 국가인 바레인은 최근 UAE와 200억 디르함(약 54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고 현지 외신들이 보도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 지역 국가들이 최대 5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자금을 요구할 수 있다며 급격한 달러 경색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UAE가 통화스와프를 체결해주지 않으면 중국 위안화 결제를 확대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는 이야기도 외신에서 나오고 있다”며 “달러페그제(고정환율) 국가들이 역설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더 많은 유동성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이 실제 통화스와프 체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원론적으로 따졌을 때 통화스와프는 미 재무부가 아닌 연준이 최종 결정권을 가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이나 미국 금융시장으로의 역파급 위험 등 엄격한 조건이 요구된다. 미 의회 내에서도 자금 지원 성격에 대한 견제 가능성이 변수로 작용한다. 설령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지난해 아르헨티나 통화스와프 사례처럼 연준을 거치지 않고 미 재무부를 통한 별도의 유동성 지원 형태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도 이번 계기에 미국에 통화스와프 체결을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요구해볼 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을 강하게 요청했으나 미국은 끝내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더 큰 일본이 미국과 무제한 달러 교환 계약을 맺고 든든한 환율 방파제를 쌓아놓은 점을 감안하면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앞둔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준이 다른 국가들과 패키지 형태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하루라도 더 빨리 협의에 들어갈 수 있도록 대응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에서 근무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역할에도 다시 한 번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이날 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신 후보자는 21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신 후보자는 BIS 통화경제국장 등 국제 무대에서 쌓은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정책 대응 역량이 기대되는 인물이다. 특히 연준 이사 등 주요국 중앙은행 핵심 인사들과의 직접적인 소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신임 총재의 초기 외교·정책 행보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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