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노동 유연화 가속도, 韓 ‘주52시간 예외’ 공회전
입력2026-04-21 00:02
수정2026-04-21 00:02
지면 31면
일본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동시장 유연화와 인재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번 주 일본성장전략회의에서 주40시간 법정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재량근로제’ 확대와 이공계 인재 확보를 위한 대학 정원 재편 및 교부금 확충 등을 지시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19일 보도했다. ‘강한 경제’ 실현을 위해 2040년 피지컬 AI 로봇의 세계시장 점유율 30%, 반도체 매출 40조 엔 달성 등 공격적인 전략산업 목표를 내세운 다카이치 정부가 투자 확대와 기술력 제고를 뒷받침할 제도 보완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반도체 부활’을 견인할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에 보조금 6315억 엔을 추가 지급하기로 하는 등 과감한 지원책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이 경제성장을 위해 기업이 바라는 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한국은 ‘기업 살리기’ 정책의 추진이 더디다. 대표적인 예가 올 1월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특별법에서 빠진 연구개발(R&D) 인력 ‘주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이다.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한 여당의 소극적 태도에 후속 논의는 벌써 3개월째 공회전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법제 유연성이 미국이나 대만·중국·일본 등 주요 9개국 중 꼴찌라는 분석까지 나오는데도 당정은 노란봉투법 등 노동 경직성 문제를 되레 키우는 입법에 매달려 왔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뛰는 사이 우리 기업들은 세계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획일적인 노동 규제의 족쇄를 차고 분투하고 있다.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치열한 첨단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기술 경쟁에서의 도태는 곧 성장 동력 상실을 의미한다. 5년 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반도체 경쟁국인 대만보다 1만 달러 이상 뒤처질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의 배경에는 기업 혁신력을 갉아먹는 규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인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첨단 기술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우리도 근로 유연성에 초점을 맞춘 노동 개혁과 고급 인재 육성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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