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印, 신공급망 동맹과 CEPA 격상에 힘 모을 때다
입력2026-04-21 00:01
수정2026-04-21 00:01
지면 31면
우리나라와 인도가 20일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신(新) 공급망 동맹에 시동을 걸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도 국빈 방문 이틀째인 이날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갖고 전자·자동차 등 기존 경제 협력을 고도화하고 조선, 금융, 인공지능(AI), 국방·방산 등 전략산업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역량과 우리의 제조 경쟁력을 결합하면 막대한 시너지를 낸다는 게 이 대통령의 평가다. 이를 위해 양국은 장관급 ‘산업협력위원회’를 신설해 핵심 광물 등 전략 분야 공조를 강화한다. 모디 총리는 양국 경제안보 대화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지난해 257억 달러였던 한·인도 간 교역 규모를 2030년까지 500억 달러로 키우기로 했다.
양국이 이날 합의를 실천하려면 10년째 표류 중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격상 문제부터 매듭지어야 한다. 양국은 다음 달 CEPA 개선 협상을 공식 개시해 2027년 상반기까지 타결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주요국보다 앞선 2009년 인도와 CEPA를 체결해 이듬해 발효시켰다. 하지만 관세 양허 등 시장 개방 수준이 높지 않고 원산지 결정 기준도 까다로워 활용도가 떨어졌다. 우리 정부는 이를 보완하고자 2016년부터 총 11차례 CEPA 개선 협상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사이 후발 주자인 일본(2010년), 영국(2025년), 유럽연합(2026년)은 인도와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 이러다가는 우리가 글로벌 사우스 시장 선점은커녕 뒤처질 판이다. 정부는 대외협력기금 등 가용 수단을 최대한 지렛대로 삼아 양국 시장 개방 수준을 고도화하는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 같은 신공급망 동맹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한국과 인도가 ‘항행의 자유’를 위한 협력을 강화해 교역로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이란 전쟁 와중에 터진 호르무즈해협 봉쇄 사태가 뉴노멀로 고착화돼 세계 주요 바닷길에서 재연되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과 대외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인도 경제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정부는 인도 해군 확충에 우리 조선 및 방위산업 역량을 적극 지원하고 평화·방어적 해상 군사 교류를 확대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인도태평양 주요 연안국들과 소통을 대폭 강화하고 해상 안보 협력을 굳건히 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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