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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의 무게

입력2026-04-20 17:43

수정2026-04-20 18:49

지면 30면
김정곤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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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배지가 책임과 봉사의 상징이 아닌 특권과 장관급 각종 예우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2016년 6월 백재현 당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국회의원 금배지 폐지와 국회의원 윤리실천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이같이 주장했다. 20대 국회 개원 직후 여야에서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가족 보좌관 채용 문제 등이 연속으로 불거지면서 나온 개혁 방안이었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금배지는 글자 그대로 금(金)으로 만든 배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국회의원의 권력과 권위·지위를 상징하는 단어다. 국회의원들이 금배지를 달기 시작한 것은 1950년 2대 국회부터다. 10대 국회까지는 순금이었지만 과도한 특권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11대 국회부터 지금처럼 바뀌었다. 지름 1.6㎝, 무게 6g으로 99% 순은에 금으로 도금한 방식이다.

의원 배지는 한국·일본·대만 3국만의 독특한 정치 문화다. 일본은 1890년 제국의회 때 처음 금배지를 만들었다. 요즘은 일본 지방자치단체 의회들이 금값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원 배지의 금장식을 은이나 도금 등으로 바꾸고 있다. 내년 열리는 지방선거에 앞서 나라·후쿠오카 등 11개 현 의회가 이 같은 방침을 확정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당내 반발을 누르고 중의원을 465석에서 420석으로 줄이는 정치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총리와 각료 세비 삭감도 함께 추진한다.

반면 우리 정치는 시대를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제대로 된 공론화 절차도 없이 광역의원 비례대표 숫자를 늘리고 22년 만에 지구당을 사실상 부활시키는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의원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불체포·면책이나 억대 연봉과 특수 활동비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각종 특권들부터 내려놓는 것이다. 말만 앞세우지 말고 국민의 공복답게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 금배지의 무게는 6g에 불과하지만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진정한 정치 개혁은 낡은 특권을 내려놓고 금배지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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