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교섭 건너뛴 화물연대…갈등·혼란 키우는 노봉법
입력2026-04-22 00:01
수정2026-04-22 00:01
지면 31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 40여 일 만에 산업 현장에서 우려했던 비극이 현실화됐다. 편의점 CU의 경남 진주 물류센터 앞에서 민주노총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원청 교섭을 요구하며 출입 차량을 저지하던 중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조합원이 목숨을 잃은 이번 사고는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구조적 허점과 노동계의 집단행동 방식이 맞물려 빚어졌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화물연대가 노란봉투법상 원청과의 교섭 절차조차 밟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조합원들은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에 납품되는 물품을 운반하는 배송 기사들이다. 개별 물류센터와 계약한 협력 운송사 소속의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화물연대는 법외 노조다. 그럼에도 BGF리테일이 실질적 관리권을 갖고 있다며 파업에 나섰다. 화물 업계가 최근 고유가로 힘들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노조 설립 신고나 사용자성 인정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채 실력 행사부터 선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노란봉투법이 하청과 특수고용직 등까지 교섭 범위를 넓혀 주는 바람에 노동계가 일단 집단행동으로 사측을 압박한 뒤 사용자성을 기정사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후 한 달이 경과한 이달 9일 현재 1011개 하청 노조가 372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이 다음 달 중순부터 봇물처럼 터져 나오게 되면 산업 현장 곳곳이 ‘5월 춘투’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민주노총이 21일 “CU가 사용자의 책임을 부정하고 물량 빼돌리기를 강행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난한 것만 보더라도 이번 사건을 다음 달 1일 노동절 집회와 춘투로 이어갈 공산이 크다.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은 그동안 산업계뿐 아니라 국무총리까지 나서 사용자 범위 보완 필요성을 언급할 정도로 명확해졌다. 정부가 더 이상 모호한 법 조항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국회도 사용자성 인정 기준, 원청의 실질 지배력 범위, 교섭 절차와 쟁의 개시 요건 등을 보다 명확히 정비하는 등 노란봉투법의 전면적인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이번과 같은 안타까운 일의 재발을 막고 노란봉투법이 노동권과 산업 현장의 균형을 지키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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