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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중 둘이 실패…살아남은 사장은 이것이 달랐다

황보 윤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사)한국창업지도사협회장)

입력2026-04-22 15:26

수정2026-04-22 15:33

황보윤

황보윤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

식당 사장의 고민하는 모습과 컨설팅 장면을 합성한 AI 이미지.
식당 사장의 고민하는 모습과 컨설팅 장면을 합성한 AI 이미지.

서울 강북에서 숙성 횟집을 운영하는 A 사장은 늘 이런 고민을 털어놓는다. ‘월 매출이 7000만 원인데 왜 이렇게 남는 게 없을까?’ 주방 직원 인건비가 너무 올라 가게 운영이 버겁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가게가 북한산 자락 역세권에 있다 보니 주로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중장년층 손님들만 찾는 식당이 돼버렸고, 젊은 손님들은 들어왔다가도 그냥 나가버리는 일이 반복됐다.

“손님이 왜 다시 안 오는지,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매출은 있는데 이익이 없고, 발길은 있는데 재방문은 없는 상황이다. A 사장님은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식당 10곳 중 6곳은 5년 안에 문을 닫는다

A 사장의 사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국가 통계에 따르면 현실은 훨씬 더 가혹하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통계를 보면 창업 1년 이내 폐업률은 35.6%, 5년 이내 폐업률은 63.8%다. 창업 후 5년 안에 10곳 중 6곳 이상이 문을 닫는다는 뜻이다.

2024년 한 해에만 폐업을 신고한 개인·법인 사업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자영업체 596만 곳 중 10곳에 1곳 이상이 문을 닫은 셈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도 있다.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들조차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만큼도 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업체당 평균 연 영업이익은 2500만 원, 한 달 기준 약 208만 원 수준이다. 그런데 소상공인 대부분은 하루 10~12시간, 주 5~6일 일한다. 이 근무시간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한 달 수입은 최소 251만 원에서 최대 351만 원은 돼야 한다. 결국 소상공인의 평균 수입은 자신이 받아야 할 최저임금의 60~83% 수준에 불과하다.

창업은 태생적으로 실패 확률이 높은 경제 활동이다. 그럼에도 창업해야 한다면 준비의 방향부터 달라져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21년 이후 ‘노란우산공제’ 폐업 공제금을 받은 820개사를 조사한 결과, 폐업의 주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수익이 나지 않는 것과 손님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인건비 상승과 내수 소비 감소, 매출 부진이 대표적인 이유였다.

그런데 더 중요한 공통점이 있었다. 폐업한 사장들 대부분이 ‘왜 손님이 안 오는지’, ‘왜 돈이 안 남는지’를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사업 상태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우리는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반드시 거울을 본다. 스스로를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창업자는 자신의 열정과 생각으로만 가득 찬 채 사업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거울을 찾지 않는다. A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거울 없이 경영을 이어가다 자신도 모르는 새 폐업의 문턱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A 사장에게 변화가 생겼다. 구청 연계를 통해 소상공인 창업 전문가의 도움을 받게 된 것이다. 전문가와 함께 세 가지를 시도했다.

자영업 사장이 고민하다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매출이 상승하는 모습을 묘사한 AI 이미지.
자영업 사장이 고민하다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매출이 상승하는 모습을 묘사한 AI 이미지.

첫째, 가게의 숫자로 보는 강점·약점과 외부 환경 분석, 즉 정량화를 위한 강점·약점·기회·위협 요인(SWOT) 분석이다. 경쟁 가게, 상권 변화, 주변 환경 같은 바깥 요소와 가게의 강점·약점을 숫자로 따져봤다. 사장님의 주관적 시각이 아니라 고객과 경쟁자의 눈으로 가게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둘째, 정밀 손익분석이다. 진짜 돈이 어디서 새는지를 파악했다.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어림잡아 계산하던 가게 수익 구조를 처음으로 세밀하게 분석했다. 어느 메뉴에서, 어느 시간대에 돈이 남고 새는지가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셋째, 고객 만족도 설문 앱 도입이다. 손님에게 직접 고객의 소리를 물었다. 30대 아들의 도움으로 간단한 앱 설문을 만들어 방문 손님들의 솔직한 반응을 모았다. 젊은 손님들이 원하는 메뉴와 분위기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요즘 A 사장 가게에는 젊은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사장님은 컨설팅을 도와준 창업 전문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병이 나면 병원에서 엑스레이와 피검사를 한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원인을 알아야 처방할 수 있다.

창업자에게 필요한 거울, 즉 사업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진단 도구들은 이미 개발돼 있다. 문제는 대부분 창업자가 그 존재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손익분석 진단 도구는 현재 가게의 수익 구조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매출은 있는데 왜 남는 게 없지?’라는 질문에 숫자로 답해준다.

두 번째는 창업가 기질 진단 도구다. ‘나는 사장 체질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창업자의 성향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어떤 업종과 운영 방식이 맞는지 방향을 잡아준다.

세 번째는 창업기업 종합 건강검진이다. 우리 가게 전체를 제3자의 시각으로 진단한다. 메뉴나 상품 구성, 고객 관리, 마케팅, 비용 구조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런 도구를 직접 제공하거나 전문가와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창업 지원 기관들도 있다. 기존처럼 컨설턴트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기보다, 창업자와 기업을 제3자의 시선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정량적 기법, 마치 병원의 엑스레이 결과 같은 자료를 제공하는 기관들이다. 동네 병원에서 원인을 못 찾으면 대학병원을 찾듯, 혼자 해결하기 어렵다면 전문 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창업은 그 자체로 실패 확률이 높은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먼저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거울을 찾아야 한다.

내 사업을 제3자의 눈으로 진단하는 도구를 찾거나, 그 거울을 제공해주는 창업 지원 기관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그것이 수많은 폐업 사장들이 뒤늦게 깨달은 가장 값비싼 교훈이다.

황보 윤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
황보 윤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

He is…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기술경영학 박사

·현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교수

·현 은평창업지원센터장

·현 (사)한국창업지도사협회장

·전 (주)아이엠지홀딩컴 대표

·전 현대투자신탁증권 펀드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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