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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벤처 임원의 꿈[국경복의 드림 톡]

국경복 꿈 연구가(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

입력2026-04-22 15:27

국경복

국경복

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

두 물고기가 결투를 벌이는 꿈을 묘사한 AI 이미지.
두 물고기가 결투를 벌이는 꿈을 묘사한 AI 이미지.

마이클(가명)은 한 벤처기업의 임원으로 40대 중반이다.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계속 다닐지, 아니면 직장을 떠나서 자신의 독립적인 사업을 할 것인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 갈등하고 있었다. 어느날 그는 두개의 꿈을 꾼다.

물이 얕아 바닥이 드러난 작은 수영장이 보인다. 30층 아파트만한 거대 물고기 두 마리가 비좁은 수영장에서 벗어나려고 서로 옥신각신 싸우고 있다. 뒤엉킨 두 물고기는 하늘로 치솟았다가 다시 수영장 속으로 곤두박질치기를 반복하고 있다. 서로 괴로운 괴성을 내면서 격투를 벌인다. 거대한 물고기 두 마리가 서로 부딪힐 때마가 선혈 같은 새빨간 피가 분출된다. 나는 그러한 모습에 대경실색하며 공중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꿈은 심리몽이다. 그는 ‘중년의 전환기(Mid-life Transition)’인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이 꿈에서는 그의 심리내적 무의식적인 갈등이 잘 드러나고 있다.

첫째, 얕은 수영장의 상징이다. 수영장은 그가 처한 ‘안정적인 직장’이나 현재의 의식적 환경을 상징한다. 벤처기업 임원이라는 지위는 남들이 보기엔 화려하지만, 자신의 거대한 야망과 잠재력을 담기에는 이제는 얕고 비좁은 장소가 되었음을 암시한다.

둘째, 거대한 물고기 두 마리는 무의식 깊은 곳에 있는 자신의 심적 에너지이다. 두 마리 사이의 싸움은 안정적인 직장과 도전적인 사업이라는 두 가지 강력한 에너지가 자신의 내면에서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선혈과 괴성의 상징이다. 내면에 있는 강력한 에너지가 적절한 통로를 찾지 못해서 고통과 에너지의 소모가 극심한 상태를 나타낸다.

넷째, 자신이 공중에서 그러한 모습을 바라다 보고 있다. 이는 그가 자신의 내면의 갈등을 객관화, 관찰자적 시각에서 바라다보고 있음을 뜻한다.

며칠 후, 그는 또 다른 꿈을 꾼다. 어린시절 내가 살던 단층 주택이 눈에 들어온다.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대저택이 보인다. 대저택 테라스 중앙에 식탁이 놓여있다. 넓고 기다란 하얀 식탁 위에 지중해 열대 과일들이 풍성히 쌓여있다. 사각 테이블 모퉁이 선을 따라 십여개의 하얀 접시들이 가지런이 놓여있다. 나의 접시 위에 어떤 과일들을 담을지 한참을 고민하며 우두커니 서 있다. 얼마 후 한 노인의 음성이 뒤에서 들려온다. “한 가지만 담으면 될 텐데….”

노인이 과일을 보고 있는 묘사한 AI 이미지.
노인이 과일을 보고 있는 묘사한 AI 이미지.

이 꿈도 심리몽으로 꿈에서 드러난 상징에 대한 해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어린시절의 주택이다. 자신의 무의식의 통로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근원을 상징한다. 안방 문을 열고 나타난 ‘대저택과 바다’는 융(Jung)의 표현을 빌리면 개인적 무의식을 넘어 보다 더 넓은 ‘자기(Self)’의 영역으로 진입했음을 뜻한다.

둘째, 지중해의 풍성한 과일은 사업적 성공이나 인생의 결실 등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한다. 하지만 10여 개의 접시는 그가 여전히 많은 선택지들을 앞에 두고 망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노인의 음성이다. 융 심리학에서 노인은 현자(Wise Old Man)를 뜻한다. 이는 그의 현실의 자아(ego)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의미한다. 넷째, ‘한 가지만 담으면 될 텐데’라는 의미는 내면의 목소리가 전해주는 핵심메시지이다. 자신이 원하는 단 하나의 길에 집중하라는 무의식의 권고이다.

요약하면 첫 번째 꿈은 마이클 자신의 갈등과 고통을 보여주며 변화의 필연성을 암시한다. 두 번째 꿈은 그 변화의 방향이 단순화와 선택적 결단에 있음을 시사한다. 융의 제자였던 마리 루이즈 폰 프란츠 박사는 이같이 의미있는 꿈은 임신·출생, 학교의 시작, 사춘기, 직장, 결혼, 인생의 위기 등 인생의 매우 중요한 과도기적 단계에서 자주 나타난다고 하였다.

이같이 꿈을 잘 해석하고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으면 의식 너머에 있는 무의식으로까지 삶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국경복의 Dream 톡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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