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7세 이하 ‘죽을 때까지’ 담배 못 산다…흡연자 75% “시작 말걸”
◆ 박시진의 글로벌 픽 <13>
2009년 이후 출생자 대상 영국 금지법 가결
뉴질랜드 이어 2번째 시도…‘담배 없는 세대’
英 전역 적용…찰스 3세 국왕 재가 후 발효
연 6.4만명담배로 사망…사회적 비용 43조
“예방이 낫다”…담배업계 로비에 좌초 우려
입력2026-04-23 05:30
2009년 이후 출생한 영국인들은 평생 담배와 전자담배를 살 수 없게 됐습니다. 영국 의회가 담배 제품의 판매·공급을 영구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했기 때문입니다. ‘담배 없는 세대’를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법안은 현재 17세 이하를 대상이며 평생 흡연을 시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찰스 3세 국왕의 재가 절차만 남아 조만간 법제화될 전망입니다. 영국이 담배 판매 금지법을 추진한 것은 어려서부터 담배와 접촉을 금지해 결국 ‘담배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됩니다. 2009년생들부터 어린 세대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담배와 접촉을 원천차단함으로써 전 세대까지 확산하겠다는 움직임입니다. 2022년 뉴질랜드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시도입니다. 법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등 영국 전역에 적용될 방침입니다.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은 “적용 대상자는 평생의 중독과 해악으로부터 보호받는 첫 ‘담배 없는 세대’의 일원이 될 것”이라며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안에는 소매업자에 대한 신규 허가·등록 요건이 포함됐습니다. △제품 정보 표시 의무화 △광고·판촉 규제 △공공장소 흡연·전자담배 사용 제한 강화도 담겼습니다. 영국 정부는 담배를 ‘건강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규정하고, 흡연 관련 질병이 국가 의료 시스템에 가하는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2024년 처음 발의된 이 법안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금연 시도로 보입니다. 앞서 지난해 몰디브에서도 2007년 이후 출생자의 담배 구매를 금지하는 법이 발효됐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22년 뉴질랜드는 세대별 금연법을 제정했으나 이듬해 새 정부가 출범하며 폐지돼씁니다. 일부 지지자들은 담배업계의 영향력 탓에 폐지됐다며 영국도 비슷한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흡연의 대가는 컸습니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8세 이상 흡연자는 530만 명으로 성인 인구의 10%를 넘습니다. 보건사회복지부는 영국에서 매년 6만 4000명이 흡연으로 사망하며, 이는 예방 가능한 사망·장애·질병의 최대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연간 사회적 비용은 약 290억 달러(약 43조 원)에 달합니다. 보건부는 “50만 가구가 담배 지출로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ONS 조사에서 흡연자의 4분의 3은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답했습니다.
청소년 전자담배 확산도 심각합니다. 영국의 금연 운동 단체 ASH가 11~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자담배 흡연율이 2021년 이미 일반 담배 흡연율을 넘어섰습니다. 영국에선 그 격차가 점차 벌어져 2023년 기준 전자담배를 피우는 청소년(7.6%)이 일반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3.6%)의 두 배가 넘었습니다.
한국도 오는 24일부터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됩니다. 담배의 정의를 ‘연초’에서 ‘연초 또는 니코틴’으로 확대해 합성 니코틴 기반 액상형 담배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합성 니코틴 전자담배에도 개별소비세 등 제세부담금이 부과돼 가격이 오릅니다. 지정 흡연구역 밖에서 피우면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정부가 니코틴 담배까지 법으로 규제를 하겠다는 것은 미성년자들이 액상형 담배로 흡연에 입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청소년 담배 사용률’은 남학생 5.4%, 여학생 2.8%로 5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감소세 없이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학생 기준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최근 3~4% 수준을 오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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