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구상권 7.6조 청구했지만 회수는 0.2조…‘빌라 악성 매물’ 발목
2월까지 2225억원 회수에 그쳐
빌라 등 악성매물 많아 경매 난항
입력2026-04-23 07:05
수정2026-04-23 07:05
지면 23면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대신 지급한 보증금 중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7조 400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 임대인을 상대로 7조 7000억 원 가까이 구상권을 청구했지만, 올 2월까지 돌려받은 돈은 2225억 원에 머물렀다. 공적 재원 투입 대비 회수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2일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전세보증 관련 구상권 청구금액은 7조 6542억 원, 회수금액은 2225억 원으로, 아직 거둬들이지 못한 금액이 7조 4317억 원에 달한다. HUG는 임대차 계약 만료 후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면 세입자에게 먼저 보증금을 지급하고, 이후 임대인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해 경매 등 절차를 통해 회수한다.
미회수액은 2021년 이후 전세사기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가파르게 불어났다. 2021년 구상권 청구금액과 미회수금액은 각각 8752억 원, 6638억 원이었는데 5년 새 두 항목 모두 10배 수준으로 불었다. 최근 들어 전세 보증사고 건수가 줄면서 청구금액 증가세는 다소 꺾이고 있으나, 피해금 회수 속도는 여전히 더딘 편이다.
HUG 측은 담보 물건을 확보하고 있어 회수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피해가 계속 늘어나는 동안 미회수금도 함께 쌓였다”면서 “보증사고가 최근 줄고 있고 경매 등 절차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치는 낙관하기 어렵다. 지난해 구상권 청구금액 9조 176억 원 가운데 회수한 금액은 1조 5212억 원으로 청구 총액의 17%에 그쳤다. 올해도 2개월 치 회수액이 2225억 원으로 청구 잔액 7조 6542억 원과 견주면 미미한 규모다. 구상권을 행사해도 실제로 돈을 받아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집주인이 보유한 물건 대부분이 빌라 등 시장성이 낮은 악성 매물이라는 점이다. 전세사기 가해자 상당수가 이미 파산 상태인 데다, 경매로 넘기더라도 감정가를 제대로 받기 어렵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정도라면 구상권을 청구해도 원금 회수가 쉽지 않다”며 “국민 세금이 투입된 만큼 회수를 위한 최대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구제라는 본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회수를 촉진할 실질적인 방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의원은 “대위변제 미회수 문제는 공적 보증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나아가 서민 주거 안전망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임대인의 반환 의무에 대한 책임 의식을 높이고, 투입된 공적 재원이 다시 시장으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