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법 급물살, 기업들 ‘묻지마 소송’ 우려도 살펴야
증권 분야에 한정됐던 집단소송제를 기업 활동 전반으로 확대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급물살을 타면서 기업들의 소송 리스크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개최한 공청회에서는 집단소송법 도입을 두고 여야 의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민주당 및 친여 성향 야당 의원들은 개인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 집단소송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피해자가 제외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으로 집단소송에 포함되는 ‘옵트아웃’ 방식까지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집단소송제 도입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기획 소송 남발로 인해 중소기업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공청회에서 제기된 우려처럼 집단소송제 적용 대상을 전면 확대하는 입법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정당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소송 리스크는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이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기획 소송’이나 ‘묻지마 소송’에 기업들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조차 발목 잡힐 우려가 크다. 특히 그동안의 피해 사례를 구제하기 위해 3년 전 과거 사건까지 소급 적용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지나치다. 공청회 패널로 나온 전문가들은 소급 입법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이유로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과 국내 증권 분야 집단소송법에서도 소급 적용을 금지하고 있다.
정치권의 집단소송제 전면 확대 움직임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 집단소송법은 그러잖아도 노란봉투법 등 기업 옥죄기법 시행과 ‘더 센 상법’ 도입으로 혼란이 큰 산업계에 더 큰 부담을 안길 게 분명하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는 “소송 증가에 따른 경영 어려움이 주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급 적용 조항을 빼달라는 의견서를 국회에 전달했다.
민주당은 공청회를 마친 만큼 이달 중 집단소송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나오는 만큼 집단소송법은 정교한 설계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 법안 내용과 처리 시기 등을 판단하는 것이 맞다. 이 과정에서 소송 여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독소조항을 걸러내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들이 깊이 논의돼야 한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