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P ‘깜짝’ 성장, ‘반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우리 경제가 올해 1분기에 전기 대비 1.7%의 ‘깜짝’ 성장률을 기록했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망치(0.9%)를 두 배 가까이 웃돌며 5년 6개월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이란 전쟁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뚫고 성장을 주도한 것은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 산업이다. 1분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9.1% 급증해 성장 기여도가 1.1%포인트에 달한 수출 호조를 이끌었다.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투톱인 SK하이닉스는 이날 1분기 매출액이 52조 5763억 원,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400% 이상 급증한 37조 6103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전례 없는 반도체 호황의 힘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다만 1분기의 갑작스러운 성장률 반등을 견조한 경기 회복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1분기 GDP에는 2월 말 발발한 이란 전쟁의 파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과 원자재 수급 차질 등 부정적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1분기에 호조를 보인 설비∙건설투자나 민간 소비는 크게 위축될 수 있다. 국제 유가가 연일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공급 대란이 산업 전반에 비용 부담을 키우면서 체감 경기는 이미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년 만에 비관적으로 돌아섰고 기업들의 5월 경기 전망은 2개월 연속 위축됐다. ‘반도체 착시’가 떠받치고 있는 경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을 올렸지만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요 은행들은 5000곳 이상의 기업을 ‘구조조정 직전’의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취약한 경제구조의 민낯이다. 반도체 호황에 취해 허약한 경제 체질에 안주한다면 언젠가 호황 사이클이 끝날 때 경제가 맥없이 주저앉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의 ‘깜짝’ 성장률이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으려면 반도체 특수 덕에 경제가 숨을 돌리고 있는 지금 과감한 규제 혁파와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반도체와 함께 국가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을 키우고 경제 환부를 도려내 기초 체력을 끌어올려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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